그 애는 내게 있어 불가항력이다.
네가 천사같은 얼굴을 하고 그 배배 꼬인 속을 드러내며 내게 손을 뻗으면 난 무릎 꿇고 속절없이 그 손길을 갈구하게 되는 것이다.
예의 그 모진 말을 하며 거친 움직임으로 나를 상처입혀도 나는 그 상처마저 달게 받아들인다. 도톰한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그 모진 말들 전부를 오직 내게만 향하도록. 독기를 품은 네 숨결을 틀어막으며 비로소 난 호흡한다. 말라비틀어진 묘목에 물을 뿌려 기어코 생존하게 하는 네 지독하리만치 잔인한 안배에 감사하며.
너는 가이드다.
너는 내 가이드다.
오직 가이드만이 소유격을 붙일 수 있다니 불공평하다. 그러니 나 또한 소유격을 붙이겠다. 아름답고도 두려운 나의 가이드야. 진창에 굴러가며 꾸역 꾸역 삶을 연명해가는 못난 날 사랑하는 나의 가이드야. 나는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가 않다. 너의 사랑은 네가 바라는 것 처럼 수평적일 수 없으며 결코 그렇게는 되지 못한다. 넌 언제나 죽어가는 나를 살릴 것이고, 나는 불을 두려워 않는 부나방처럼 다시금 불 속에 뛰어들 것이다. 내 목구멍이며, 심장이며, 폐며, 영혼이며 할 것 없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더 이상 겪고 싶지 않다.
죽겠다는 나를 매번 네가 살렸으니 죽이는 것도 네가 해야 수지가 맞다.
그러니 이제 네가 나를 놓아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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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가물
*가이드 오이카와
*센티넬 닝
*노모럴
*트리거 워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