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나는 아침밥을 먹다 말고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전용 경호원이라니, 21세기에 이게 무슨 드라마틱한 설정이란 말인가. 당치도 않는 말을 하지 말라는 의미를 내포해 엄마를 바라보자 엄마도 마음을 먹었는지 가볍게 툭 말을 내던진다. “지금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 “뭐요????” 어떻게 나와 상의도 없이 경호원을 붙여? 별로 힘이 없는 듯한 눈빛을 쏴보았지만 엄마에게서 튕겨져 나간다. “너랑 같이 학교 다니면서 지켜만 볼거야. 부담 갖지마.” 그리고 이어져오는 엄마의 충격적인 발언 어게인. 학교를 같이 다닌다는 건 즉 나와 동갑이거나 나와 같은 십대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십대가 경호원을 할 수 있어? 나와 같은 십대가 경호원을 한다는 이야기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이야기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아직 너무 어린데 나와 같은 십대가 나를 지킬수나 있단 말인가. 그러한 의구심을 품고 이제 그만 학교에 가란 엄마의 이야기에 얼떨결하게 일어나 경계를 살피며 현관쪽으로 이동한다. 긴장반 설렘반? 이게 설렘인진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가슴이 두근두근 하는게 기대도 섞여있는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고개를 살짝 빼꼼 내밀어 보니, 정말로 나와 같은 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키가 멀대처럼 큰 남학생이 보인다. 이 구도에선 얼굴까지 보이지 않지만 키에 압도당한 나는 꿈을 꿀꺽 삼키고 그 자리에 멈춰선다. 하지만 얼른 가라는 엄마의 손길에 등을 떠밀렸고, 그대로 중심을 잃은 채 어? 어! 하고 몸을 가누질 못하는데 나를 잡아주는 한 손길. “…안녕.” “너, 너, 너는…“ 낯이 익으면서도 친근하다고는 할 수 없는 그저 조용한 줄만 알았던 나와 같은반 창문쪽 뒷자리의 주인공. 그 사람은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