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범죄 조직의 간부다. 그것도 보통 범죄 조직도 아니고 CIA와 FBI가 예의주시하는 무시무시한 조직의. 특기는 암살과 잠입. 그렇다고 육탄전에 약한 것도 아니고 웬만한 사이트 정도는 손쉽게 해킹도 가능한 만능 요원이다.
이 때문인지 상부에서는 나같은 초 특급 엘리트 천재 요원을 가만 두는 법이 없었다. 조금 여유 있다 싶어 쇼핑이라도 하고 있으면 보스의 오른팔이라는 비대칭 앞머리가 꼭 들이닥쳐,
“제로, 임무다.”
하고 내 코드 네임을 불러대며 임무에 대한 서류를 늘어놓는 꼴이란. 단전에서부터 부글부글 짜증이 치밀어도 허리춤에 달고 다니는 내 사랑스러운 베레타를 꺼내들어, 감히 내 쇼핑을 방해하다니 가증스런 삐딱머리 죽어라! 하고 그놈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 넣을 순 없으니까.
그 날도 난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고 있었고, 곧 있으면 비대칭 앞머리가 임무 통보를 하러 오겠군 하고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고, 귀신같이 처들어온 비대칭 앞머리에 손 끝을 움찔거리며 베레타를 만지작거렸더랬다.
불만감이 가득찬 두 눈으로 잔뜩 노려보고 있으니 비대칭 앞머리는 날 가볍게 무시하며 임무 얘기만 해댔다.
“-타겟은 얼마 전 사살한 시즈카와 회장의 차남 시즈카와 미츠오. 자료를 읽어보고 준비하도록.”
팔랑, 새하얀 종이가 넘어가고 검은 글자들이 꾸물꾸물. 음…이거 빨리 죽여야겠네. 뒤‘지고 싶어 작정했는지 시즈카와 회장의 차남이라는 간땡이 부은 새끼는 주제도 모르고 우리 조직 뒷조사를 하고 다녔다. 아니 물론 자기 아빠 우리가 죽였다지만 애초에 니네 아빠가 입단속만 잘 했으면 그럴 일도 없었잖아.
뭐, 이제는 자식까지 나란히 죽게 생겼지만.
입매를 비틀어 웃으며 특이사항을 읽어내렸다. 성추행으로만 14건 신고되셨네. 처벌은 하나도 안 받았고, 되려 신고한 사람이 깜빵 신세. 대‘가리에 들은 것도 없고, 호색한에 성범죄자 새끼가 꼴에 제 아빠는 존경한 모양인지 복수하겠다 이를 아득바득 가는 것이 웃기다.
탁! 자료를 덮은 내가 말했다.
“깔끔하게 처리하지.”
.
.
.
라고 했던 것이 불과 일주일 전인데.
타겟이 이미 죽어 있었다.
시체에 별 다른 외상도 보이지 않고, 독극물을 먹은 것 같지도 않다. 혹시 지병이 있었던 걸까. 자료에서 지병 같은 건 없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쩐지 맥이 빠진다. 뒤늦게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를 알아차린 것인지 이리저리 도주하는 탓에 꽤나 애 먹었는데.
굉장히 찜찜하긴 했지먼 어찌 되었건 보고는 해야 했기에 핸드폰을 들고는 비대칭 머리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때마침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 하려고 했는데. 타이밍 좋네.“
[시즈카와 마츠오가 도쿄의 클럽에서 발견됐다. 위치를 보낼테니 이동하도록.]
“…뭐?”
말문이 막혔다. 뭔 소리야 이게. 시즈카와 미츠오가 왜 거기에 있어. 지금 내 옆에 죽어 있는데. 인상을 찌푸리며 죽은 시즈카와 미츠오를 내려다 보았다.
“시즈카와 미츠오는 여기에 있어.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야?”
[타겟은 도쿄의 클럽에 있는 것이 맞다.]
그리곤 뚝 끊기는 전화에 정신이 멍해졌다.
…그렇다면 내 옆의 이 시체는 무엇인가.
*오이카와 토오루
*일방적 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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