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흑철의 어영 보고 왔는데… 진짜 진 얼굴이 장난 없더라… 그 얼굴로 찰랑거리는 장발이라는 거 너무 상남자스럽고….아무튼 말단 조직원 닝이랑 짝사랑 자각 못한 진 보고 싶다
코드네임도 없는 닝을 진이 처음 만난 곳은 바로 셰리가 소속한 제약부. 오늘도 약은 언제 만들어지냐고 독촉하러 진이 직접 나선 거였는데, 그때 마침 선배님들 커피 타오던 닝이랑 부딪힘. 양 손 바리바리 들고 있던 커피가 촥! 하고 진 코트에 쏟아짐. 닝은 정신 놓고 멍하니 주저앉아서 검은 코트에서 뚝뚝 떨어지는 커피를 쳐다보다 서서히 고개를 들어올림.
평소 같았으면 진 옆에 있던 워커가 닝이 정신 차를 틈도 없이 왁왁대면서 눈깔 어디에 두고 다니냐며 우리 형님 어쩌구 하고 총을 들이밀었을건데 다행?히도 워커는 진 옆에 없었음. 사실 워커가 있으나 없으나 진 또한 아무렇지 않게 닝한테 총을 겨누고 순식간에 머리통을 날려버리겠지만.
하지만 닝은 말단 조직원임. 조직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진보다는 행동대장인 워커를 더 자주 봐서 진이 대충 높은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그 ‘진’ 이라는 건 모르겠지.
아 이거 진짜 x됐다. 싶은 닝 식은땀 뻘뻘 흘리며 눈 앞의 남자 얼굴을 봄. 시체같이 창백한 피부에 날렵한 턱, 꾹 다물린 입술, 광대의 상처 그리고 매서운 눈매. 가라앉은 녹색 눈이 볼품없이 주저앉아 있는 제게로 향할 때 닝은 속에서부터 느껴지는 불안감에 절로 몸이 떨림. 그 눈에 담긴 게 마치 사람이 아니라 무생물을 보는 것 같아서. 아 이사람은 나를 자기랑 같은 선상에 두지 않는구나. 잘 쳐줘야 가축 정도로 보는 시선.
닝이 그대로 굳어서 몸만 덜덜 떨고 있을 때 진이 품에서 권총을 꺼내 닝 머리에 겨눔. 철컥, 잠금이 풀리고. 차가운 금속의 감각이 고스란히 닝의 이마에서 느껴짐. 진이 제 앞에 주저앉은 여자를 보며 말했어.
“무슨 수작이지.”
아니…수작은 무슨 수작…그냥 커피 배달하다 부딪힌 것 뿐인데…그리고 멀대만치 키만 크고 무섭게 생긴 남자가 우뚝 서 있던 것도 잘못이 있다. 그러니까 과실은 피프티 피프티란 소리지. 닝은 억울함에 속으로 그렇게 외치고는 입술을 꾹 깨물었어.
사실 진이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구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원래부터 의심 잘하긴 하지만 요즘 한창 NOC가 색출되고 있던 때라 더 예민했던 거지. 아무튼, 닝은 아무 말도 없고 바들바들 떨고 있기만 하니 진은 정말로 쏠 생각으로 방아쇠를 당기려 했는데
“…저,저는 억울합니다!!!!!”
방울방울 눈물을 흘려대며…아니. 쏟아내며 거의 엉엉 통곡하다시피 여자가 소리쳤어. 울음 때문에 뭐라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대충 의도는 알 수 있었지.
“저, 그냥 그냥!!!! 상사가 커피 타 오라고 해서….커, 커피 타온다고, 그런데 손이 모자라서!!!! 그래도 힘들게, 흐, 들고 오는데,흐어어엉!!!!!!!!저 진짜 아니,아닌데?!!!!!“
…이런걸 NOC라고 의심한 자신이 한심해진 진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복도 한 가운데에서 아주 대성통곡을 하면서 바닥을 치고 눈물을 흘리고…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지. 점점 주변에서는 조직원들이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모여들고. 물론 진의 매서운 눈에 호다닥 도망치긴 했지만.
쯧, 하고 혀를 찬 진이 총을 다시 집어넣으며 말했어.
“비켜.”
*뒤는 천천히 이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