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3이고
내가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아빠는 얼굴도 모르고 엄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나 이렇게 4명이서 쭉 같이 살았었는데
유복까진 아니더라도 외동이라 부족함 없이 비싼 과외비도 할아버지께서 다 내주시고 나 사고싶다는 건 다 사주시고
어렸을때부터 거의 6년동안 학교나 학원도 차로 매일같이 데려다주셨어 진짜 정성이지… 난 내 자식한테도 이렇게까진 못 할 것 같아
근데 작년부터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거의 집에만 계시다가 결국 일주일 전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 편찮으실 때도 매일같이 울었는데
돌아가신 날엔 너무 안 믿겨서 눈물도 안 나다가 장례 치른 다음부터는 밥도 못 먹고 그냥 하루종일 울었어 이거 쓰는 지금도 계속 눈물이 나
할아버지께서 나 공부 잘하는 걸 제일 좋아해주셔서 비록 지방 일반고지만 전교 1등도 해보고 모의고사도 고1때 빼고 올 1등급만 맞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해서 할아버지께서 그토록 얘기하신 의대 합격하면 제일 먼저 알려드리고 첫 월급 받으면 제일 좋은 거 해드리고 정말 나중엔 내가
할아버지 편찮으실 때마다 치료도 해주고 싶었는데 결국 나같은 거 뒷바라지 해주신다고 평생을 고생만 하시다가 나 대학 가는 것도 못 보시고
돌아가셨어 그동안 공부했던 게 다 소용 없던 짓 같고 이젠 살아갈 의미가 없어 우울해서 아무것도 손에 안잡히고 일상생활이 안 돼
내가 1년만 더 일찍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싶고 그동안 투정 부렸던 거 짜증 부렸던 것들도 너무 후회돼
자기 몸도 챙기기 어려우신 분이 19년을 고생하셨는데 난 아무런 보답도 못 했어
너무 감당이 안돼서 친구들한테도 말해봤는데 내 주변엔 조부모님이랑 같이 살아본 친구가 없어서 공감을 못 해줘
혹시 할아버지나 할머니랑 같이 살다가 돌아가신 익인 있을까?… 이런 건 대체 어떻게 극복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