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헤테로 친구들한테 '네가 남자였으면 좋았겠다' 혹은 '남자도 안 해주는 걸 네가 해준다'는 말을 줄기차게 들어.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친구로만 본 애들이라 크게 신경 쓰고 살진 않았던 것 같아. 사실 내 행동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안 해봤어. 내 입장에서는 '이성도 아닌데 동성끼리 이 정도도 안 하고 살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어. 짝녀랑 연 끊었는데, 회복기 들어서니까 지인 하나가 얘기를 해주더라고. 걔가 원체 불안정했던 것도 맞고, 관계 말아먹을 짓 한 것도 맞는데, 왜 그랬는지 조금 이해가는 부분이 있대. 정확히는 불안을 표현하는 방식이 더러워서 그렇지, 왜 불안했을지가 짐작이 간다나.
잘 있다가 갑자기 짜증을 낸다던지, 말하다 말고 꼬리를 잡아서 화를 내는 일이 많았어. 내가 느끼기에 무언가 나한테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은데, 이유는 말 안 해주고 아무거나 걸리면 마구 찔러내서 상처주는 것 같았달까. 그게 반복되니까 결국 쫑났지......
그래서 여기에 물어보는 거야. 말해준 지인도 헤테로고, 말했다시피 나는 동성끼리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은가 싶은 것들이라...
참고로 나는 바이. 짝녀는 (구)헤테로. 둘다 동성은 처음이라 사귀기로 못 박은 적은 없는데, 성적인 거 빼고 할 건 다 했을 거야. 아마...? 솔직히... 공식적인 사이가 아니라서 더 그런 것도 있어. 약간 '우리가 무슨 사이나 된다고 화를 내...?'
1. 깻잎 떼어주기, 새우 까주기, 생선 살 발라주기, 모두 YES.
2. 먹어보고 맛있으면 입에 넣어준다.
3. 좋아한다던가, 먹고 싶어하는 건 기억해두었다가 보면 사다주거나 데려간다.
4. 싫어하는 음식은 대신 먹어준다. (내가 편식을 안 해)
5. 호감이 생기면 먹을 걸 사주거나 해준다. (자취하면 냉장고를 자주 채워줘)
6. 먹다가 흘리면 닦아준다.
7. 토했을 때 등 두드려주고 약을 챙겨준다. (필요하다면 치우는 것도 도와준다)
8. 아픈데 병원 안 간다고 고집부리면 혼내고 끌고 간다.
8. 택시는 당연히 잡아주고, 차 번호는 본인에게 전송. 애인이 있으면 그쪽에게도 보내준다.
9. 집에 도착하면 연락하게 한다. 소요 시간을 미리 물어봐놓고 연락이 안 오면 직접 전화해서 확인한다.
10. 추울 때 얇게 입으면 잔소리하고, 그날은 실내에서만 논다.
11. 옷 여며주기, 낑낑거리면 입는 거 도와주기, 겉옷 빌려주기, 모두 YES.
12. 길에서 차 오면 안쪽으로 밀어넣는다.
13. 마주앉았을 땐 핸드크림을 나눠준다. (친할 땐 직접 발라주기도 해)
14. 손 잡기, 팔짱, 포옹에 큰 의미 없음. 애인이 있을 땐 안 하는데, 애인이랑도 친구면 둘 다 안아준다. 약간 부둥부둥해주는 느낌...?
15. 꽃 선물을 자주 한다. (일단 나도 꽃을 좋아하고, 선물할 때는 좋아하는 색이나 꽃말을 고려해서 골라.)
16. 손편지를 자주 쓴다. (편지 자체를 좋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써.)
17. 울면 얼굴을 닦아주고 토닥토닥해준 다음, 좋아하는 일을 같이 해준다.
18. 향수 나눠 뿌리기 (여자들끼리 틴트 빌려주는 정도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19. 좋은 대사나 시 구절, 가사를 봤을 때, 좋아할 것 같거나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옮겨 적어서 보내준다.
20. 머리를 빗겨준다.
21. 예쁘다, 귀엽다, 같은 말을 자주 한다. (여자애들은 기본적으로 다 예쁘고 귀엽다고 생각해. 그냥 조금 더 내 취향에 가까운 애가 있을 뿐)
22. 발렌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에 간식을 나눠준다.
23.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약간 아이돌에게 사랑해! 하는 느낌으로ㅇㅇ 물론 애인 있는 애한테는 안 하지.)
24. 손이나 어깨 마사지 잘해주는 편.
25. 꽃을 선물받으면 관리를 철저히 해서 오래 본다. 말려서 잘 포장한 다음 편지나 선물에 동봉한다.
26. 받은 선물은 주기적으로 언급한다 (EX. 그때 사준 거 오늘도 하고 왔어, 맘에 쏙 들어서 매일 써)
27. 애칭을 자주 부르고 전화 번호도 애칭을 저장한다. (내 사랑 이런 건 아니고 곰순이, 꿀벌이, 베베처럼 특징적인 걸로)
28. 키가 작은 친구들은 보폭을 맞춰준다. (내가 큰 편이기도 하고, 주변 친구들이 다 평균 이하야...)
29. 놀러갈 때 부모님이 계신다고 하면 꼭 선물을 사가고, 친구 칭찬을 많이 한다.
30. 우정템 맞추는 걸 좋아한다. (맞춰본 것들: 향수, 팔찌, 키링, 장난감 반지, 핸드크림)
31. 여럿이서 시끄럽게 노는 건 불편해서 놀 땐 둘이서 진득하게 종일 본다.
32. 너, 야, 거리는 걸 싫어해서 대체어 사용 (EX. 뫄뫄씨 이거 했어?, 자기가 그거 좋아했었지)
33. 떨어트리거나 흘리면 화 안 내고 뒷처리를 도와준다. (일단 나부터도 덜렁거려서 면박 줄 주제가...ㅎ)
지인이랑 갑을논박한 건 이 정도. 친구나 지인 사이에 이 정도도 안 하고 살면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 몇 가지는 이성 지인이나 동료, 어른들하고도 하는데 반응이 나빴던 적은 없었거든... 정말 감이 안 잡혀서 묻는 거고, 이쪽을 잘 모르기도 해서 조언해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