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1.
남자친구가 센티넬로 발현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발현하는 것이 흔한 케이스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보기 드문 케이스도 아니었다.
세간에서 센티넬들의 능력을 부르는 말은 다양했다. 신의 축복, 신의 안배, 신의 은총, ...그리고 저주.
세계의 종말이 가까워지는 작금 등장한 그들은 두려움에 떨던 이들에게 있어 감히 구원이었으며, 평생을 보이지 않는 족쇄에 얽매일 그들에게 있어 그것은 저주였다.
2.
가이딩.
센티넬들이 살아가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그것. 센티넬들의 힘의 원천이 되는 그것은 모든 센티넬들이 평생을 갈망할 그것이며, 그 가이딩의 주인이 되는 가이드는 제 몸을 바쳐서라도 사랑하고 지켜야 할 존재였다.
주로 신체 접촉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가이딩. 보통 사람들은 센티넬과 가이드의 관계를 휴대폰과 배터리라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내가 이걸 왜 떠올리고 있냐 하면은.
3.
"...닝아."
남자친구가, 센티넬로 발현했다.
나는 한순간에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들과 스킨십 하는 것을 참아야 하는 여자친구가 되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가 받지 말라면 안 받을게."
그가 그렇게 말했지만 여전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말은 앞으로 센티넬로 살아가게 될 그에게 있어서는 죽겠다는 말과 다름 없었다.
4.
왜 이렇게 됐을까.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사실 잘못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재수가 없었다. 재수가 없어서 우리가 있던 백화점에서 테러가 일어난 것일 뿐이었고, 하필이면 테러를 일으킨 반정부군과 처음으로 맞닥뜨린 사람이 나였을 뿐이며, 그 위기의 상황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너가 센티넬로 발현했을 뿐이었다.
다행히도, 모두가 작은 경상만 입었을 뿐 사상자는 아무도 없었다. 매스컴에서는 남자친구를 영웅이라 추켜 세우며 S급 센티넬로 발현한 그를 우상화 했다.
불행히도, 나는 그런 그의 센티넬로 가이드도 무엇도 아닌 평범한 여자친구였을 뿐이었다.
5.
"남자 가이드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어. 뒤늦게 발현해 센터에 들어오게 된 내 편의를 최대한 봐준다고 했으니까, 매칭 가이드는 남자 가이드로 해달라고 부탁해볼게."
센티넬은 본능적으로 가이드를 사랑하게 된다고 한다.
"가이딩도 최소한으로만 받을게."
자신의 유일한 구원임을 알기에.
"그러니까 제발·····."
내가 사랑하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헤어지자고 하지 마."
6.
남자친구는 나를 사랑한다.
센티넬은 본능적으로 가이드를 사랑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센티넬이 되었다.
그런 그가, 계속해서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을까. 이 관계가 나한테도 그에게도 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
7.
무거운 침묵이 내려 앉았다. 나는 앞을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린 것처럼 붉어진 눈시울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그와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감기 걸릴 것 같아서.'
전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키스를 하고 있던 모습을 보게 됐던 날, 매정한 하늘 아래에서 눈물인지 비인지 뭔지 모를 것에 젖어갔던 날. 검은 우산 아래에서 함께 있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를 처음부터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다. 여느 새드엔딩의 로맨스 영화도 못 될 형편없던 사랑의 말로는 감히 다시는 사랑 따위를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사람을 약하게 만드는 것은 사랑이라서. 그 견고했던 다짐은 어떤 대가도 없이, 익사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퍼부어주던 어떤 사랑에 의해 녹아버렸다.
그 따뜻함과 다정함에 의해 다시, 사랑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다시 한 번 사랑을 알려주었던 그가, 서럽게 울고 있었다. 감정이 요동치는 것과 동시에 입술이 떨려 왔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 내가 이보다도 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전 남자친구보다도 더욱이.
8.
끝끝내 열리지 않을 것처럼 닫혀있던 입술을 열었다. 그 입술 위로, 세상에서 가장 애틋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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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 현 남자친구 X 일반인 닝 X 센티넬 전 남자친구
전 남자친구는 센티넬이었지만 그걸 숨기고 닝을 만났는데 우연히 가이드랑 키스하던 모습을 닝이 보게 되면서 문자로 이별 통보. 전 남자친구는 닝이 왜 헤어지자고 했는지 아직도 모르는 상태, 닝은 전 남자친구가 센티넬이었다는 걸 모르는 상태. 전 남자친구는 아직도 닝 사랑하고 미련 만땅.
현 남자친구는 일반인이었다가 본문처럼 센티넬로 발현.
이런 내용의 센티넬버스 시뮬을 하고 싶었는데 안 할 것 같아서 그냥 올림. 뒤로 더 생각해둔 내용이 있는데 쓰기가 귀찮다.
캐릭터들도 각각 후보 정해놨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난다···.
현 남자친구 후보는 쿠니미, 시라부, 사쿠사, 아카아시, 오이카와 등등이었던 것 같고 전 남자친구가 쿠로오, 스나, 이이즈나, 세미 등등이었던 것 같은데
실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