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 같다고 확신한 것도 영원하지 않더라
언제 그런 사랑을 했냐는 듯 쉽게 변하더라 오랜 시간 많은 순간들을 담아와서 앨범 정리를 해도 곳곳에 미처 지우지 못했던 흔적이 숨어 있더라 나는 사진 한 장 볼 때도 방금 이별했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금방이라도 아릿해지더라 다음 연애 때는 사진 정리를 제때 자주자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더라 나중에 헤어지면 눈 딱 감고 한번에 모든 사진을 지울 수 있게
행복에 취해 자랑하듯 올리던 인스타그램들도 다음 연애 때는 올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더라 영원한 건 없고 또 그렇게 올린 것들이 겉으로도 속으로도 영영 지워버려야 할 수도 있겠다는 걸 그 사람을 통해 깨닫게 되더라
난 두 달이 지난 지금도 그 사람이 꿈에 자꾸 나와 현실에서도 아련하게 생각이 나는데 그 사람은 한 달만에 새 사람이 생겼더라 그 사람이 헤어질 때 건넸던 언젠가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다시 만나자는 말들은 다 허상이었다
관계에 끝을 내는 순간의 약속들을 믿은 내가 바보였다고 자책하게 됨도 모자라 이제는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되었다 구태여 나를 다 잊은 게 너무나도 눈에 뻔한 그 사람의 태도에, 배신감에 아직까지 눈물이 핑 도는 내가 더 싫은 것 같다. 차라리 단순 증오면 좋았겠다. 아직 연애했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내가 싫다.
그 사람처럼 새로운 사랑을 만나 그 사람을 잊어가고 싶다. 정말 다 잊어서, 그 사람과 만났을 때의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되어서
그 사람을 증오하지 않고 행복을 빌어줄 수 있을 정도로 더 행복해지고 싶다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테니 이왕이면 날 떠나지 않을 영원하고 다정한 사람이 와서 그 사람을 영영 그리워하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