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개월차 신입이고 애인은 거의 3~4년차 대리야
같은 회사에서 일적으로 만났다가 서로 마음 생겨서 사내 연애하게 됐고
이제 막 백 일이 지났어
우리 둘 다 일터에서는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하길 원했어서
일할 때는 서로가 사적 감정 다 배제하고
일에만 집중하는 게 암묵적 원칙이었거든
근데 아무래도 내가 신입이라 일하면서 실수도 많고 덤벙대고
노력에 비해 일머리까지 없는 편이라 의도치 않은 사고를 좀 많이 치고 이랬어ㅠㅠ
그럴 때면 애인이 상사로써 내가 실수한 것들 대신 수습해주고 하면서도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한테 일 못한다는 소리라도 들을까봐 걱정도 되고
자기가 애인로써는 지켜줄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기는 게 자기는 너무 속상하다면서
엄청 스트레스 받아하면서 날 엄하게 많이 혼냈거든
글고 나도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다 이해해서
날 혼내는 게 싫다거나 서운하다거나 그런 건 없어
근데 문제는..
같이 퇴근하는 퇴근길에서나 데이트 자리에서까지도
애인이 나한테 회사 생활에 관한 조언이나 충고 같은 일적인 얘기들을 꺼내더라고 ㅠㅠ
나를 생각해서 하는 진심 어린 이야기들이라 너무 고맙고 감동인데
점점 일적인 얘기들이 연인 사이에서의 주된 대화 주제가 돼버리니까
애인와의 애정 표현도 스킨쉽도 내 쪽에서 뭔가 어색해져버렸어
애인를 만나는 느낌이 아니라 걍 직장 상사 만나는 느낌..
게다가 하필 최근에는 데드라인이 급한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되는 바람에
둘 다 야근이 잦아지면서
예전엔 평일 밤+매주 주말 외박 껴서 주 2-3회 하던 데이트도 못하고
이제는 걍 출근-일-퇴근-각자 집, 출근-일-퇴근-각자 집,
주말도 몸이 많이 피곤하니 서로가 하루 외식 한 끼 잠깐 하고
또 각자 집 들어가서 쉬는 루트의 연속이라..
애인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 거 같고 마음이 식은 건 아닌 거 같은데
내 쪽에서 뭔가 점점 애인을 보기가 어색해지고 있어..ㅠㅠㅠㅠㅠㅠ
늘 하던 퇴근길 뽀뽀도 갑자기 뭔가 어색해져서 기분이 낯간지럽구..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둘 다 평일 내내 넘칠 정도로 일에만 매진하는 스타일들이라
데이트 횟수를 전처럼 다시 늘리기엔
시간적으로나 기력으로나 체력으로나 전부 후달려..
그렇다고 사적인 자리에서 일적인 얘길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에는(물론 이미 부탁도 했었지만)
회사에서 하도 바쁘니까 상사-직원으로써의 깊은 일적인 대화를 나눌만한 시간이
일터에선 충분치 않기도 해..ㅠㅠ
혹시 나처럼 사내 연애 중인 둥들도 이런 비슷한 어색함이나
상황에 대한 난처함을 느낀 적 있는지
또 그걸 어떻게 타파하고 관계를 개선했는지 조언 좀 얻을 수 있을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