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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6개월 전 (2024/3/04) 게시물이에요

1.

[드림] 🏐 오랜만에 고르기..... | 인스티즈

카게야마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의 가방끈을 쥐었다. 서서히 짧아지는 해가 그의 머리칼을 훑고 넘어간다. 나는 한숨을 쉬며 카게야마를 흘겼다.

"애같아."

"뭐, 뭐가 애 같다는거야?"

모른 체를 하는건지, 애초에 자각이 없는건지, 나의 말에 괜히 성을 낸다. 그의 성격상 후자에 가깝겠지만 붉게 물든 귀끝은 일부러 모른 체를 하는 것 같다. 하교할 때마다 갈림길 앞에만 서면 꼭 이렇게 티를 냈다.

"넌 자기도 모르게 진심을 쏟아내잖아."

"뭘?"

"뭐긴 뭐야, 너 나 좋아하는 거 다 티난다고. 바보야."

"...바보 아니야."

어느덧 노을이 짙어졌다. 그는 여전히 나의 가방끈을 꽉 쥐고 고개를 푹 수그린다. 작은 떨림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평소에는 할 말 못 할말 눈치없이 다 하고 다니면서 이럴 땐 꼭 눈도 못마주치더라. 나는 한걸음 다가가 우리의 그림자가 한쌍으로 부푸는 모습을 지켜봤다.

"넌 배구도 그렇고,"

"..."

"뭐든 좋아하면 주체를 못해."

"그런건, 싫어?"

"아니."

그러니까 이제 가방 끈말고 손을 잡으란 말이야.

2.

[드림] 🏐 오랜만에 고르기..... | 인스티즈

"쿠니미?"

"안녕."

요근래 아침마다 쿠니미와 자주 마주친다. 머플러를 코끝까지 두르고 눈가엔 졸음이 잔뜩 묻은 채로 나를 보며 인사한다. 처음엔 대화조차 하지 못한 채 어색하게 쿠니미의 뒷모습을 따라 걸었는데 지금은 일상도 나눌 수 있게 됐다.

"우리 되게 자주 본다."

"응."

"집이 이 근처였나?"

오늘처럼 어쩌다 함께 등교를 하게 된 날은 왠지 신이 나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었다. 쿠니미는 대체로 작게 맞장구 쳐주거나 가끔 웃었다.

"아무튼 신기하다!"

"뭐가?"

"우연히 마주치기 쉽지 않은데."

나의 말에 쿠니미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우연 아닌데?"

"..."

"노력한건데."

3.

[드림] 🏐 오랜만에 고르기..... | 인스티즈

"닝쨩, 주말에 같이 공부할래?"

오이카와가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장난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다.

"개수작 좀 부리지마."

"수작 안 부리고 어떻게 꼬셔."

가벼운 녀석. 막상 내가 진심이 되면 질려할게 뻔했다. 조금이라도 내가 을이 될 법한 관계는 시작조차 하기 싫었다.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무심히 대꾸했다.

"너랑 만나면 후회할 것 같아."

"이유는?"

"내가 자존심이 엄청 세거든."

근데 너도 그렇잖아.

나의 대답에 잠시 말이 없던 오이카와가 책 위의 글자를 가리켰다.

'勝'

"이기게 해줄게."

"..."

"지금도 내가 이렇게 쫓아다니는데."

"..."

난 한결같은 남자니까, 그가 어쩔 수 없다는듯 어깨를 들먹였다.

"..."

"장담하는데 닝쨩, 이기기만 하는 연애는 분명 재밌을걸."

4.

[드림] 🏐 오랜만에 고르기..... | 인스티즈

사내 비밀연애 중에 선자리가 잡혔다. 부장님은 계속해서 거절하는 나를 보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곤란해진 나는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얼버무리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부장님은 이미 상대쪽에게 나간다고 약속을 해뒀단다. 분노보다는 남자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당혹감이 먼저였다. 곧이어 그에게 짧은 메신저가 도착했다.

-7층 비상계단.

조심스레 무거운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츠키시마가 벽에 기대어 있었다.

"왜 이렇게 울상이야."

"너도 다 들었지. 속상해."

"뭐.., 우리 관계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냥 다 밝힐까..?"

"우리 회사 사내연애 금진데?"

"...그치만."

내가 잔뜩 풀이 죽어 있자 그가 나의 머리 위에 툭, 손을 올렸다. 그만의 위로방식이었다.

"다녀와."

"뭐?"

"믿으니까 괜찮잖아."

"...그래도!"

"대신 일찍와. 설마 나 기다리게 할거야?"

나는 장난스레 웃는 그를 꽉 끌어안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걱정에 그에게 물었다.

"너한테도 선보라고 하시면 어떡하지?"

"그 전에 애인생겼다고 말할거야."

츠키시마가 제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네번째 손가락에 모르는 반지가 생겼다.

"이건 네 거."

"......어?"

"원래 생일날 주려고 했는데, 좀 짜증나니까."

그가 허리를 숙여 귓가에 속삭였다.

"갈 땐 끼고가고 올 땐 빼고 와."

5.

[드림] 🏐 오랜만에 고르기..... | 인스티즈

오늘은 그의 부모님을 찾아 뵙고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는 날이다.

"...갑자기 인사하려니까 떨린다."

"오야? 너무 불안해하지마~."

"으응."

쿠로오가 나의 머리칼을 정리해주며 개구지게 웃어보였다. 반듯한 정장을 입은 그는 연상의 태가 났다.

"우린 누가봐도 결혼할 사이니까."

"그래보여?"

"응."

그의 아버지께 드릴 선물을 품에 안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쿠로는 우리집 왔을 때 안 떨렸어?"

"처음엔 긴장했지."

쿠로오가 잠시 그때를 생각하는듯 하더니 금세 이마를 맞대왔다.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그의 새까만 눈동자를 마주했다.

"근데 나는 네 옆에 있으면 세상이 여유로워."

"....."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다 가진 것처럼.

6.

[드림] 🏐 오랜만에 고르기..... | 인스티즈

숨 막히게 달리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는 너를 봤다.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고 고른 숨을 내쉬던 너는 조금 뒤쳐진 나를 보며 말했다.

"있지, 내 1순위는 배구야."

"알아."

"너도 그렇지?"

새삼스러웠다. 보쿠토가 나의 의견을 묻는 날이 오다니. 사실 우린 별 말 않고도 서로가 서로의 1순위가 아님을 알았다.

"그래."

나도 내 인생에서 배구가 제일 중요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온 마음 다 바쳐 사랑할 수 있는 게 한정되어있기에 서로의 1순위를 넘보지 않는다.

"닝한테 그럼 난 몇 위쯤일까나?"

나는 오르막에 서서 허리손을 한 채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는 그를 보며 말했다. 배구, 나, 엄마, 고양이 치치...

"...보쿠토는 한 5위쯤?"

"엑, 난 그래도 네가 2윈데!!"

그가 펄쩍 뛰며 억울해했다. 나는 킬킬거리며 그가 있는 곳까지 힘껏 달렸다.

"그럼 네가 잘하는거 해. 기록 올리기."

"음! 좋아! 좀 더 내 편으로 만들어야겠네."

우리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순위가 밀려날 일은 없을 것이다. 너는 평생 배구와 나를 끼고 살테니까. 변치 않을 다짐이었다.

7.

[드림] 🏐 오랜만에 고르기..... | 인스티즈

닝이 새로 구한 자취방에 오사무가 제 집 드나들듯 찾아와 먹고 자기 시작했다.

"사무. 니는 먹는 게 그래 좋나."

"좋다."

가부좌를 틀고 빵을 우물거리는 그를 보며 우유를 건냈다. 자연스럽게 우유를 들고 남은 손으로 빵을 닝의 입에 넣어준다. 닝은 고소함이 느껴지는 크림을 음미하다 금세 진지한 투로 바꿔 말했다.

"그래가꼬 장가 우예 갈라 그러노."

"내 장가랑 뭔 상관인데?"

"신부가 힘들다카이."

"와?"

처음엔 닝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하더니 이제는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한다.

"식비도 많이 들고 밥도 많이 지어야되고..."

"돈도 내가 벌고 밥도 내가 지을끼다."

오사무가 당연하다는듯 확신하며 말했다. 닝이 코웃음치며 바닥에 벌러덩 눕자 그가 올라간 티셔츠를 내려주었다.

"니가 언제부터 그리 가정적이었다꼬?"

"니랑 만나고부터지, 뭔 소리하노."

"참나. 누가 결혼해준대?"

이웃사촌으로 얼굴본지 십년이다. 소꿉친구 명목으로 연애 못하는 탓을 서로에게 돌린지도 십년이었다. 오사무는 이제 하다하다 닝에게 장가를 들 생각인듯 했다.

"해줘야지, 니 말고 누가 나를 책임지는데."

"츠무한테 소개시켜달라해라."

"싫다."

"또 뭐가 문젠데."

"문제가 아이라 난 니가 제일 편해서 다른 사람은 안된다꼬."

"뭔소리고 진짜. 편한 사람말고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라니까!"

닝이 답답한듯 소리를 지르자, 오사무는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었다. 그리곤 닝에게 다가와 옆으로 돌아누웠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오사무가 살살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하... 가시나. 눈치 좀 키아라...

내 니가 좋다."

추천  8


 
닝겐1
이걸 어떻게 골라아아아악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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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중에 어어엄청 고민된다 하…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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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다..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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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1 3.. 고르기 힘들어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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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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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티빠띠 애들 못정해여 센세..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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