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레즈인지 확신도 못하고 있을때 좋아하게 된 언니가 있었는데 내 마음을 내 스스로 확인하고 난 직후에 지인짜 안좋게 끝났어서 아직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 여전히 꿈에서 나오고 그래...
알바하면서 만난 언니였는데, 진상많고 일 많고 힘들던 알바였는데 그 언니때문에 출근시간이 오히려 기다려질 정도로 좋아했어.
엄청 털털하고 남에 대한 배려가 몸에 서려있고, 대박 진상나오면 어깨 툭 쳐주면서 뒤에 들어가서 설거지하고 있으라하고 대신 욕먹어주고 그런 언니었어.
애들도 다 그 언니 좋아했어. (나같이 성애적으로 좋아한건 아니지만) 언니는 겉으로 보기엔 인싸 그 자체였어서 연애경험도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모솔이라는 거야. 그것도 너무 좋았어.
그 언니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텐션 업되고, 퇴근 후에도 언니에게 괜히 별거 아닌 주제로 카톡해보고(귀찮아할까봐 자주는 안했어) 반응오면 밤잠 설치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언니가 날 지긋이 바라보는 시간이 늘었어. 일상적인 말 하다가 내가 뭔가 언니 말에 반응할때마다 한 5초정도 날 아무말없이 바라보는거야.
들켰나? 싶다가도 금방 평소대로 돌아와서 또 아닌가? 했어.
어느날 언니가 자기 이 일 그만둔대. 이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바로 언니가 막날에 단 둘이서 밥이나 먹자해서 또 날아갈 것 같이 되고... 그날이 기다려지면서고 기다려지지않고 그랬어.
그리고 그날 밥먹으면서 언니가 '넌 날 어떻게 생각하니?' 묻더라.
내가 엄청 당황하면서 대답을 못하니까 '아니, 니가 보기엔 내가 어떤 사람같냐고. 뭐 성격이 이래보인다 이런거 있잖아.' 이렇게 묻던데, 평상시 말투랑 목소리톤이 너무 달랐어.
내가 대답하니까 한참 혼자 고민하더니 하는말이
"너는 날 전혀 모른다." 라는거야....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어서 대답을 못했어.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으니까 언니가 또 빤히 쳐다보더니 이리 말하더라.
자기는 누군가의 감정적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없는 사람이래.
나 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경우가 예전부터 너무 많았고, 결국 둘다 엄청나게 힘들어졌대.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니까 엄청 뜸들이다가 자기는 무낭만적 무성애자라고 말하더라. (그날 처음 그런게 있다는걸 들었어)
그리고 내가 말했던 언니의 특징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그거 다 꾸며낸거고 자기는 그렇게 착하지도 않고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했어.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았으면 좋겠대. 그러면서도 밥값은 다 계산하고 집갈때 걸어가지 말고 택시타라면서 차비도 쥐어줬어. 내가 우니까 예상했다는 듯이 가방에서 여행용 티슈도 쥐어주면서 갈때는 또 매몰차게 가더라.
집에 가는길에 엄청 울었어. 택시기사님이 힘든 일 있냐고 물어볼 정도로 거의 뭐 오열했어.
한 몇달동안은 너무 힘들었어. 마음껏 원망하고도 싶은데, 나한테 그런 말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섬세하게 배려해주던 그 언니의 지친 표정이 아른거렸어.
1년쯤 되어가는데 아직도 아프긴해.
내가 좀더 빨리 퀴어에 대해 공부했다면 눈치챌 수 있었을까. 내 감정에만 충실했던게 후회스러워.
그 언니에 대한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더 누굴 좋아할 수 있을지 확신도 안들고 그래...
너무 하소연하고 싶은데 어디에 할지 모르겠어서 찾고 찾다가 친구에게 부탁해서 초대코드받고 여기 적어봐... 내가 어떻게 했다면 좋았을까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