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명대사 보고 뽕차서 도련님 이이즈나와 이이즈나의 하인 남닝이 보고 싶어서 끄적이는 글 (개연성 주의,긴 글 주의, 약간..살짝 돌아버린 이이즈나 주의)
#0
겨울이면 훔칠 가죽을 엮어
외투를 만들었다던 유명한 여도둑의 아들.
이것은, 나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1
아, 날씨 한번 빌어먹게 좋다.
이렇게 좋은 날 가시밭길로 걸어들어가다니.
내 인생도 참 거지 같구나.라고 생각한 게 오늘 아침이다.
왜 가시밭길이냐고?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나데시코 아가씨,는 개뿔 그냥 사기꾼이다.
그날도 평화롭게 청소나 하면서 보내던 중 한 여자가 찾아왔다. 나랑 크게 한판 벌어보지 않겠냐고, 너에게도 손해는 없을 거라고. 오자마자 다짜고짜 하는 말이 이거였다.
이게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지. 인상을 찌푸리자,
이 사기꾼은 사기꾼답게 유려하고 우아하게 세치 혀를 뽐냈다.
그 사기꾼이 한 말은 이러했다.
이이즈나 후작가에 아주 귀하게 자라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이 한 분 계신다. 부모는 어릴 적 돌아가셨지만, 그 부모가 남기고 간 재산이 입이 벌어질 정도라고.
사기꾼은 그 도련님을 꼬셔 결혼한 후 도련님을 정신병원에 넣고, 상속 재산을 꿀꺽하는 게 자신의 계획이랬다.
나도 살면서 웬만한 물건들은 도둑질을 해봤지만, 멀쩡할 사람을 정신병원에 넣는다니.
이건 커도 너무나도 큰 판이 아닌가.
예- 열심히 하십쇼.라고 발을 빼려고 했더니만,
상속 재산의 반을 나에게 준다고 말을 하더라.
젠장, 이건 도저히 안 넘어갈 수 없는 달콤한 제안이었다.
이래서 사기꾼은 무섭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나는 도둑놈이지만.
#2
사기꾼은 나에게 도련님의 하인으로 들어가 그에게 바람을 넣어 자신과 결혼하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햐, 결국은 사랑의 큐피드를 하라는 말이다.
그것도 독이 든 사랑의 큐피드.
거짓된 사랑을 이어지도록 하다니, 이게 제일 어려운데.
뭐, 계약서에 지장까지 찍어버려서 안 할 수는 없지만.
그냥 투정 좀 부려봤다.
귀하게 자라서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이 벌써 불쌍해진다.
죄송해요. 제 피가 뼛속까지 도둑의 피라서 돈이라면 눈이 돌아가는 타입이라.
그리고 이 말을 나는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3
그리고 이야기는 현재로 돌아온다.
빌어먹게 화창한 날, 바로 내가 그 도련님의 하인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이 사기꾼은 철저하게 내 이름도 가명으로 지어줬다.
스미토[堇人]. 이게 내 새로운 이름이었다.
내가 제비꽃을 닮아댔나 뭐라나. 그 와중에 이름 뜻은 쓸데없이 로맨틱하다. ‘나를 생각해 주세요’ 라니, 지나가던 도둑놈이 뜨끔하겠다.
그동안 하인으로써 해야 할 일이나 명심해야 할 일을 뇌에 집어넣느라 얼마나 힘들었는가. 이제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외울 수 있을 것 같다.
얼른 끝내고 멀리 떠나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 집에 도착했다.
와- 무슨 집이 이렇게 새까맣냐.
저택을 처음 본 나의 감상이었다.
그냥 말 그대로 새까맸다. 새까맸고, 크기는 더럽게 컸다.
젠장, 청소하기 꽤 힘들겠는데.
저택 안에 들어가 도련님이 있는 방으로 가면서 느낌 점이다.
도련님도 저택 닮아서 새까마려나.
그 뭐냐, 저택은 그 집안사람들의 분위기를 나타낸다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그리고 이 생각은 도련님을 만나는 순간 깨지고 만다.
염병, 이쁘면 이쁘다고 미리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니야. 사람 당황스럽게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