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구가 늘어난 원인으로 추측할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타고투저’다. 올 시즌 현재까지 나온 홈런이 모두 339개, 지난 시즌 같은 기간 221개에 비해 100개 이상 늘었다. 통상 타고 시즌이면 사구도 증가한다. 타자들을 이겨내기 위해 몸쪽 승부가 잦아지고 그만큼 사구도 많아진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547홈런이 쏟아졌던 2017시즌, 953개의 사구가 나왔다. KBO 역대 최다 사구 시즌이다. 1756홈런으로 그보다 더했던 2018시즌에도 860개의 사구가 나왔다. 한 시즌 역대 세 번째 사구 기록이다. 홈런과 사구는 대체로 비례한다. 투고타저로 흐름이 바뀐 지난 5년간 사구가 적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또 하나 생각해볼 게 있다. 올 시즌 세계 최초로 도입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다. ABS를 도입하면서 KBO는 스트라이크 존 좌우 기준을 2㎝씩 확대했다. 마이너리그 사례를 참고했다. 여기에 더해 높은 존 판정도 이전보다 후해졌다는 평가다. 좌우로 존이 커지고, 높은 쪽 공도 잘 잡아주니 몸쪽 높은 공은 핫 코너가 됐다. A 구단 한 타자는 “예전 같으면 안 잡아줄 공이 이제는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가 되니까 아무래도 몸쪽 높은 공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했다. 투수에게도, 타자에게도 올 시즌 몸쪽 높은 공은 생존을 위한 화두나 다름없어졌다.
몸쪽 높은 공이 매번 완벽하게 제구가 된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살짝만 제구가 흔들려도 타자의 손이나 팔꿈치, 어깨로 공이 향한다. 장기 부상으로 직결될 수 있는 위험 부위다. 올 시즌 벌써 세 명이나 몸쪽 높은 사구로 부상 이탈했다. SSG 김성현이 지난달 21일 왼쪽 손목에 공을 맞고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같은 팀 신인 박지환도 지난달 30일 왼쪽 손등을 맞았다. 역시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최근에는 NC 김한별이 사구 부상으로 이탈했다. 지난 4일 오른쪽 손가락을 맞았다. 다행히 골절은 피했지만, 최소 2주는 실전에 나서지 못한다.
https://m.sports.naver.com/kbaseball/article/144/0000960546
방금 뜬 기사인데 신기하네… 요즘 사구가 많아보였는데 기분탓이 아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