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독은 24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어제(23일) 멀티히트 결과를 냈고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다.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 백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한 타석 한 타석 절실함이 느껴졌다. 안타를 치면서 자신감 회복과 함께 표정이 밝아진 느낌이다. 프로라면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팀 내부 경쟁을 하면서 강한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24일 경기 전 만난 서예일이도 시즌 첫 안타 순간을 머릿속에서 잊지 않고 있었다. 모든 팀 동료가 진심으로 축하 해주는 분위기가 느껴진 까닭이기도 했다.서예일은 “거의 1년 만에 치는 1군 안타라 기뻤는데 선배님들과 후배님들까지 너무 자기 일처럼 기뻐해서 감사한 마음이 컸다. 특히 학교 선배인 (양)석환이 형이 가장 좋아해주셨다(웃음). 2군에 ABS 시스템이 얼마 전에 들어와서 첫 타석 때 적응하려다 보니까 볼인 것 같은 공이 삼진으로 잡히더라. 너무 아쉬었는데 남은 타석에서 후회 없이 자신 있게 돌리자고 생각했다. 다행히 맞는 순간 느낌이 정말 좋았는데 안타로 이어졌다”라며 시즌 첫 안타의 순간을 되돌아봤다.
2016년 팀에 입단한 서예일은 들쭉날쭉한 1군 생활을 이어왔다. 2020시즌 40경기 출전/ 29타석 소화가 가장 많은 1군 출전 시즌일 정도로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1993년생인 서예일은 어느덧 퓨처스팀에서도 연차가 꽤 쌓인 베테랑 선수가 됐다. 지친 마음에 야구를 놔버릴 만도 했지만, 서예일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퓨처스팀에서 앞장서서 후배들을 이끌고 가장 성실하게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선후배 동료들이 시즌 첫 안타를 때렸을 때 자신들의 일처럼 기뻐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서예일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2군에 있다 보니까 지친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구단 직원분들과 코치님들, 그리고 동료들도 열심히 하고 있으면 분명히 기회가 온다고 격려를 받고, 칭찬을 들으면서 버틸 수 있었다. 1군 콜업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기쁜 마음보다 잘해야 한단 압박감이 컸었다”라며 ““그래도 나는 야구가 계속 좋았다. ‘1군에 올라가야 제대로 야구할 수 있다’ ‘1군에 못 올라가니까 그만두고 싶다’ 이런 생각은 전혀 안 했다. 2군이든 어떤 무대든 그냥 야구 자체가 너무 좋아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서예일은 과거 구단 TV를 통해 읽던 책 제목(미움받을 용기)이 공개되면서 ‘용기갑’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서예일은 그 별명대로 오랜 기간 퓨처스팀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한다.
서예일은 “2군에서 힘들어하고 마음 아픈 친구들이 정말 많다. 연차가 어리면 꿈을 위해서 달려갈 힘이 있지만, 연차가 꽤 쌓은 선수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나도 그런 마음을 잘 아니까 대화하면서 격려를 해주려고 노력했다. 또 내가 1군에서 잘해서 그런 친구들에게 너희들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 이번에는 오랫동안 살아남아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서예일은 24일 경기에 첫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타점 기회에서 잘 맞은 타구가 상대 3루수 정면으로 가는 불운도 있었다. 그래도 1군 생존을 위한 희망을 본 하루였다.
서예일은 “입단 9년 차인데 지금까지 팀에 큰 도움을 못 줬다. 그래도 이렇게 나를 응원 해주시고 기다려 주신 팬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팀 1위 도전에 힘을 보태고 싶지만, 당장은 팀에 폐를 안 끼치는 게 먼저다. 우선 주어진 내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https://m.sports.naver.com/kbaseball/article/410/000100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