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에서 말소된 후 2군에도 합류하지 않았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박병호는 일찍부터 KT에서 마음이 뜬 모양새였다. 박병호는 지난 3월 28일 수원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직후 인터뷰에서 무언가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박병호는 끝내기 소감을 묻자 "연패 기간이었고, 잘하는 선수도 있는 반면, 못하는 선수도 있었다. 이런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라고 말한 뒤 '노림수'에 대한 질문에 "그냥 빨리 쳐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단 한 번도 취재진의 눈을 마주치지 않은 박병호는 시종일관 허공만을 응시했고, 자신과 팀의 부진을 취재진에게 푸는 모습을 보였다. 박병호 옆을 지나는 선수들도 눈치를 보는 그림이 펼쳐졌다.
박병호가 '방출'을 요청하면서 잔류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밝힌 상황에서 사실 KT는 박병호의 앞날을 막을 수 있었다. KBO리그의 경우 FA 계약을 맺은 선수가 다시 FA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4년 동안 해당 구단에 몸담아야 한다. 박병호의 경우 올해 계약이 만료되지만, 2025시즌의 경우 연봉 협상을 통해 KT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상황. KT는 괘씸한 박병호를 2군에 방치해둘 수 있었지만, 그러한 선택은 하지 않았다. KT는 지난 28일 오후부터 트레이드 문의를 받기 시작했고, 29일 경기 개시 직전에서야 상대를 찾았다.
그 대상이 삼성이었다. KT는 삼성에서 허덕이고 있는 오재일을 영입하는 대가로 박병호를 내주기로 결정하면서, 마침내 결별이 확정됐다. 비록 아름다운 이별은 아니었지만, KT 입장에서는 아무런 이득도 없이 박병호와 결별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 정말 괘씸할 수 있지만 '대인배' 이강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박병호에게 덕담을 건넸다. 사령탑은 "(박)병호도 가서 기회 많이 받아서 잘했으면 좋겠고, (오)재일이도 와서 잘했으면 좋겠다. 좋은 트레이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심한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모자란 시간. 박병호는 새로운 행선지를 찾는데 더 많은 노력을 투자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제 더는 도피할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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