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대전에서 순천, 순천에서 대전, 대전에서 인천. 이동 거리만 600㎞ 가까이 됐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인데도 이민우는 마운드에 꿋꿋이 올랐다.
그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며 “코치님이 힘들면 던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주셨다”며 “그래도 등판하지 않으면 팀에 민폐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티 내지 않고 경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날 영상을 보면 눈이 거의 감겨있다”고 미소지었다.
그는 “팀이 상승세로 올라왔는데, 제가 빠지면 다시 구멍이 생긴다”며 “팀에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려면 제가 나가서 잘 던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이민우는 할머니와의 추억이 많다. 그는 “할머니께서 항상 운동 말고 공부를 하라고 하셨다. 저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며 “할머니 댁에 가면 항상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고, 용돈도 챙겨주셨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올 시즌 전에 병원에 계신 할머니를 찾아뵈었는데 저를 알아보지 못하셨다. 그땐 정말 슬펐다”며 “경기가 끝나고 엄마와 통화를 했다. ‘할머니가 좋은 기운을 주신 것 같고, 할머니도 좋아하셨을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민우는 “트레이드된 첫해는 불펜 투수인데도 선발 투수보다 경기에 못 나갔다”며 “작년엔 잔부상도 있었고, 구위도 생각보다 안 올라왔다”고 돌아봤다. 올해는 기술적으론 커브의 완성도가 높아졌고, 심리적으로도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26경기 1승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 2.31을 기록 중이다.
그는 “경기에 자주 나가면서 마음이 편해졌다”며 “자신감을 가지고 공을 던지니까 결과도 좋다”고 했다. 이민우는 25일 SSG전에도 8회말 구원 등판해 1이닝을 실점 없이 던졌고, 팀의 4-2 승리에 기여했다. 그는 최근 자신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진 것을 느낀다.
이민우는 “작년까지만 해도 제가 불펜에서 나오면 팬분들이 환호를 안 해주셨다”며 “올해는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고 방끗 웃었다.
26일 SSG전을 앞두고 또 한 번 선택권이 주어졌다. 전날 멀티 이닝을 던진 주현상에겐 일단 휴식이 주어졌다. 2경기 연속 던진 이민우도 컨디션에 따라 휴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민우는 필요한 상황에 등판하겠다는 의지를 코치에게 전달했다.
“저까지 빠지면 필승조가 다 빠지게 된다. 컨디션도 괜찮고, 내일(월요일) 쉬니까 불펜에서 대기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그는 팀을 우선한 선택을 했다. 이민우는 그런 선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