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클리셰인 듯 클리셰 아닌 그런...
닝은 보쿠토 집안 돈 보고 사귐. 왜냐면 닝네 집은 가난했고, 닝은 돈이 필요했거든. 집에 쌓인 빚을 생각하면 그럴 날은 올 일 없겠지만, 닝은 단 하루라도 좋으니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었어. 고등학생인데도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뛰지 않으면 당장 동생들 생활비가 부족한 실정이었거든. 뒤에서 늘 돈 계산을 하고, 어쩌다 친구들과 놀 땐 잔고를 확인하고는 최대한 싼 메뉴를 고르고, 지나가는 말로라도 ‘다음엔 내가 밥 살게’ 같은 말은 못 하는 삶. 돈 없는 사람들의 현실이란건 너무 구닥다리 같아서.
그렇다고 닝이 보쿠토를 노리고 접근한 건 아니고, 반반했던 닝의 외모 덕분인지 옆 학교에 다니던 보쿠토가 닝에게 먼저 고백을 해왔어. 솔직히 닝은 방방 뛰는 성격인 보쿠토가 별로 제 취향도 아니었지만 보쿠토 집안의 돈을 보고 고백을 받아줬어. 사귀면서 데이트 비용을 보쿠토가 내면 제 생활비를 몇 푼이라도 아낄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근데 실제로 사귀고 보니 생각보다 보쿠토의 통이 커서, 닝 동생 만나는 날이면 용돈까지 몇 십만원 뿌리고 다님. 닝은 그 광경을 볼 때마다 와.. 진짜 보쿠토한테 잘 해야겠다. 이런 생각하고 있고...
근데 사실 닝이 진짜 바란 건 바로 이런 순간.
“닝씨 집안에 대해 조금 알아봤는데, 넉넉한 집안은 아닌 것 같던데요. 동생 중 큰 쪽은 이번에 고등학교 들어간다던데, 학원비며 뭐며 돈 많이 들지 않겠어요? 넉넉히 준비했으니 이거 받고 우리 코타로랑 헤어져주세요.”
“....”
“아, 혹시 액수가 부족하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하고요.”
그렇게 말하며 보쿠토 어머니는 명함을 남기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음. 닝은 어머니 앞에 앉아 비련의 여주인공 마냥 표정 연기를 하고 있었지만...
보쿠토네 어머니... 진짜 천사 아냐?
사실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음. 솔직히 돈 보고 보쿠토랑 사귀고 있는것도 보쿠토가 자길 너무 진심으로 좋아해줘서 미안해지던 참이었음. 큰 몫도 챙겼겠다, 헤어질 구실도 생겼겠다 이 쯤에서 닝은 보쿠토를 놓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지. 돈 때문에 만나는 나 같은 쓰레기 여자친구 말고, 저를 많이 좋아해주는 진짜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그렇게 닝은 보쿠토에게 마지막으로 만나자는 연락을 남겼어.
“미안해, 코타로. 우리 이제 헤어지자.”
“...나 다 들었어. 너 우리 엄마 만났다면서. 엄마가 헤어지라고 했다고 정말 나한테 헤어지자 말하는거야? 미안하지만 난 너랑 못 헤어져, 닝”
닝 당황... 보쿠토가 생각보다 훨씬 닝한테 진심이어서 순조롭게 헤어질 수 없었음.
그 뒤에도... 지상파 드라마에 나오는 으리으리 단독주택 재벌집st 보쿠토 집에 보쿠토가 닝 손 잡고 이끌고 가서 어머니 아버지가 어떤 반대를 하셔도 저 닝 절대 놓칠 생각 없습니다 선언하는 와중에 옆에 닝 뻘쭘하게 서 있어야 됨. 보쿠토가 하나 뿐인 아들 잃고 싶으시면 어디한번 저랑 닝 사이 갈라놓아 보시던가요 막 이렇게 소리질러서 아버지가 거실 소파에 앉아서 어디서 큰 소리냐고 호통치고 어머니는 뒷목잡고 쓰러져서 일하는 도우미 아주머니들이 사모님 괜찮으세요?! 하고 뛰어오는데 이 ㅈ창난 분위기 속에서 닝은 보쿠토 손 잡고 민망하게 눈알 굴리고 있음. 닝은 분명 더는 미안해서 보쿠토랑 헤어지고 싶었는데 이제 헤어지고 싶어도 헤어지기 민망한 사이 돼버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 보쿠토네 부모님도 결국 졌다 졌어 아주 니들 맘대로 잘 살아봐라 하고 교제를 허락해주시는 날이 올거고, 그 날이 왔을 즈음엔 닝도 사실 돈 때문에 사귄 거였다고 솔직하게 사과하고 뒤늦게 보쿠토에게 헤어지자고 말했지만 -
아, 그거라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보쿠토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버리는 그런... 찌통물 보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