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자녀를 낳는 것은 본인들의 행복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고, 어린 자녀를 보육하는 것도 그들의 의무이지.
그런데 효라는 것은 은연중에 그 자녀들로부터 보답을 바라도록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가끔 있음.
‘우리 덕에 네가 존재할 수 있는거야’, 이런 말을 통해 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당연하게 부모에게 감사하게 만들고, 나아가 보답도 부모가 당연히 돌려받아야할 권리인 것처럼 되는 것 같음.
특히 좀 나이 드신 어르신들 중엔 자식들에게 돌려받기 위해 애를 낳으신건가 싶을 정도로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시는 분들도 있고.
보답이란 은혜를 입은 인간이라면 의례 보이는 행동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혜를 준 사람이 그걸 당연하게 바란다면 그건 그렇게 건강한 관계는 아니라 생각함.
물론 아이를 힘들게 길러준 것에 대해선 자녀가 감사할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낳아준 것까지 은혜라고 생각할 일인가(스스로 세상에 태어나길 바라고 만들어진 인간은 없을테니), 또한 그 자녀가 당연히 부모에게 그만큼의 보답을 할 것이라 바라는 것이 옳은가,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됨.
결국 그 모든게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자녀의 진로부터 결혼까지 모든걸 직접 통제하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음.
‘내가 너희를 힘들게 길렀으니 너네는 진로든 결혼이든 모든 것에서 우리에게 그만큼의 보답을 해야한다.‘
이런 생각 가진 어른들 은근히 많은 듯.
이런 면에 있어서 서양에선 가치관이 조금 다른지, 한국에서 오래 산 유럽인이 부모님한테 효도 관광 시켜주려고 했는데 부모 쪽은 고마워하긴 커녕 ‘우리 돈 있는데 왜 네가 우리 여행을 보내줘?’라고 의아해 했다고 방송에 나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