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남편이랑 휴무 겹쳐서 오후에 산책 갔는데
초등학생들끼리 공 가지고 놀고 있더라고 자기들끼리 무슨 공 튀기기 게임해서 벌칙 주던데
남편이랑 그냥 벤치 앉아서 멍 때리면서 봤다? 근데 이상하게 한 친구만 계속 걸리는 기분이었거든?
처음 벌칙은 인디언밥이었는데 갑자기 신발을 벗더라 그러고 다음에 지니까 티셔츠를 벗더라고
마지막에 또 걸리니까 바지 벗을려하길래 남편이 뛰어가서 소리 지르면서 너네 뭐하냐고 하고 애 보고 옷 다시 입으라 그랬어
나는 혹시 몰라서 동영상 녹화하고 따라감
걔네 말로는 그냥 우리끼리 벌칙인데 왜 관여하냐해서 남편이 화나서 한 명만 계속 걸리는게 벌칙이냐, 그리고 어떤 벌칙이 애 옷을 벗기냐, 이거 선을 넘었다니까
계속 그애들이 말대꾸하고, 벌칙 걸린 애는 내가 내 뒤로 빼서 손 잡고 있었는데 바들바들 떨더라
그러고 남편이 경찰 신고한다니까 걔네가 상황 무마하고 도망갈려하길래 내가 신고하고 남편이 걔네 못가게 자전거 잡았더니 오히려 울남편 보고 폭행으로 신고한다고... 나도 여기서 좀 빡쳤음
경찰 와서 상황 듣더니 경찰도 좀 머리 아픈지 막 대화하고, 통화하더라고
그러고 학교폭력건으로 일단 접수하겠다하니까 남편이 화나서 아니 접수만 하면 뭐하냐고, 글고 이건 학폭이 아니라 벌칙으로 옷을 벗겼는데 성폭력이라고 따지니까 뒤늦게 걔네들 부모님 번호 물어서 연락함
경찰차에 애들 다 못태워서 한 대 더 오고, 피해자 친구는 우리가 택시 타고 간다해서 경찰서에서 모였고
가해자애들 부모님이 와서 사실확인하고 피해자친구한테 사과했음
그리고 피해자친구는 부모님 맞벌이라 못오셔서 우리가 데려다 주고, 부모님이랑 연락도 했음
놀랐던 점은 학폭 가해자분들이 나랑 남편처럼 그냥 평범한 분들이었고, 인성적으로 겉으로 모난 부분이 안보였음...
자기애들편 안들고 혼낼 거 다 혼내고, 피해자친구한테 사과하고, 우리한테 고맙다고 인사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