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알고 지나온 날들과 다를 바 없는 하루였습니다
커피 몇 모금, 여름해 몇 줌과 함께 눈 앞에 놓인 백지를 바라보다 휴대폰의 진동소리를 느낍니다
당신이겠죠
눈을 감아 번쩍이는 휴대폰을 애써 외면해봅니다
그런 노력조차 우습다는듯
습관처럼 백지에서 검은 액정으로 눈을 돌리다 액정 속 애달픈 눈과 마주합니다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
같은 보폭 아래에 수놓였던 그 봄의 유채꽃들, 우리를 비웃던 능소화들, 바스라지는 낙엽들 소리가 무색하게 소리 높이던 나날들
환영을 기대로 만든 그 자연한 것들을 책망합니다
내일도 같은 하루가 반복됩니다
그럼 오늘과 같이 당신을 또다시 사랑하지 않기로 합니다
무어하냐는 수없이 반복된 질문을 또다시 마주합니다
나날이 고민하던 질문에 또다른 거짓을 말합니다
사실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려던 참입니다
이 회귀와 관습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던 참입니다
거짓이 들통날까 숨죽이던 찰나
당신은 다정한 칼끝으로 끝없는 쳇바퀴에 밀어넘깁니다
그럼 저는 어제와 같이 같은 다짐을 합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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