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윤정빈(왼쪽)과 LG 케이시 켈리가 26일 잠실구장에서 만나 서로의 선전을 응원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윤정빈은 지난 26일 서울 잠실구장에 도착하자마자 모 선배의 손에 이끌려 LG 라커룸 앞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만난 선수는 다름 아닌 케이시 켈리였다.
켈리는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단 1피안타 무실점 완봉승(4-0)을 기록했다. 8회까지 안타와 볼넷 없이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다 9회 대기록 도전이 중단됐다.
켈리의 퍼펙트 투구에 제동을 건 이가 바로 윤정빈이었다.
켈리는 다음날인 26일 윤정빈을 만나 "미안해하지 마라"고 말했다. 이에 윤정빈은 "공이 정말 좋았다. 그런 상황에서 안타를 쳐 정말 영광이다"라고 화답했다.
윤정빈도 당연히 켈리의 대기록 도전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안타를 쳤을 때 정말 좋았다"고 했다. 팀이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한켠으로 미안한 마음도 컸다. 윤정빈은 "켈리 선수도 그 상황을 만들기까지 힘들었을 거다. 안타를 쳤을 때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여운이 남았다. 그래서 감정이 묘하더라"고 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나, 같은 선수 입장에서 상실감 등을 짐작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