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두렵다.
내가 얼마나 더 상처받을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고 그 이유, 깊이, 시간대, 날짜, 날씨 무엇 하나 도무지 모르겠어서.
의중을 알 수 없는 말, 말투, 행동, 표정
뭐 하나만 스쳐도 아주 손쉽게, 이미 덧난 곳에 다시금 치명상을 입는다.
이젠 얼굴을 마주하는 게 무섭다.
대화하는 게 무서워.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겠다.
그 무표정이, 쌀쌀함이, 뒤를 돌려 말해도 그 입의 송곳같은 얼음들이 남극보다 더한 싸늘함이 무섭다.
온몸으로 외치는 불편함이 내가 딛고 선 곳을 순식간에 송두리째 없앤다. 갑작스러운 거리감이 나를 저 멀리로 날려버린다. 그냥 이건 다 가식에 불과했다고, 제발 다가오지 말아달라고 당신은 그저 뒷모습만으로 간단히 나를 밀어내며 소리도 내지 않고 전하는데 숨이 막혀온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 관계의 불쾌함이 그대로 나를 관통한다. 바라건대 원하는대로 내가 최선을 다해 사라져볼테니
부디 두번 다시 날 상처입히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다가가서 미안해. 이제 그만 하자.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