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때부터 나 재수 마칠 때까지 햇수로 5년간 사귀었음
대학 들어가기 전 걔는 현역으로 의대 나는 재수라는 것도 서러웠는데 살도 15kg 이상 찌고 자존감 나락가서 헤어지자 했음 믿음을 주겠다고 하면서 굳이 교양으로 1교시 잡아가면서 내 저녁 도시락 반년동안 싸들고 다니던 사람이었음
어쩌면 그때 지쳤던 걸수도 있지.. 난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그 사람은 쏟아붓고 있었으니까
근데 나 삼수 고민하던 1월에 바람난 거 들킴
육체적인 건 아니었고 정신적 바람이었음 나한테 거짓말하고 그 여자랑 신촌에서 놀고 그 여사친과 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 타는 그 사이
눈 감으라고 하면 눈 감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즉시 헤어지고 삼수도 포기함
걔랑 바로 옆학교 다녀서 힘들었음 언덕 하나 건너면 재수 끝나고 맨날 가서 밀크티 먹었던 그 학교가 있었고 손잡고 돌아다니던 캠퍼스가 있고..
1년 동안 폐인처럼 지냄 상대는 내가 알바하는 곳까지 쫓아오고 집앞도 찾아오고 얘기만 들어달라던 사람이 어느순간 나한테 관계는 너때문에 망가진 거라고 했음 그 와중에 꼬이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쓰레기같았고 그럴 때마다 걔가 너무너무 보고싶었음
과 특성상 미팅 잘 들어오는데 그런 거 한 번도 안 나갔음 3년 동안 남자도 안 만남 스쳤던 사람들은 있지만 마음 열기 어려워서 결국 사귀지는 못했음
그리고 3년만에 소개팅 했는데 그 첫남자친구네 학교 사람이었음 식당에서 그 얘기를 듣고 표정관리가 안 됐음.. 암튼 오래오래 잘 만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메디컬에 도전하고 싶다고 함
다시 트라우마가 도짐
웃으면서 도전하라고는 했지만 자꾸 첫남이 생각남
같은 학교 같은 분야 같은 결말이면 어쩌지?
이제는 거의 4년도 다 돼서 매듭지어진 이야긴데 자꾸 덜컥 겁이 나는 걸 보면 난 아직 회복이 덜 된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