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방 가야 하면 확인하는 즉시 지울테니
둥글넓적하게 알려주기〈
나
오타쿠찐따에
사회성제로
외모 박살
인성 박살
성격 안 좋음
그런 주제에
밥 많이 먹음
이 상태로 인터넷만 엄청 하고
커뮤니티 사이트로 남자 배워서
20대 후반 됐는데
갑자기 애인이 생겼음
예상치 못한 일이라
어버버거리면서 어찌저찌 만나고는 있는데
문제는
내가 인터넷으로 배운 남자랑
내 애인이랑
간극이 너무 커서 종잡을 수 없음
전에는 이론도 빠삭하고
난 준비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애인은 매번 내 예상을 빗나가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음
인터넷에서는
남자는 여자 몸 보고 만난다
잠자리하려고 만난다
남자는 예쁜 여자가 주는 인정과 정서적 만족감을 원한다
못생긴 여자는 몸매가 괜찮으면 잠자리까지는 가능하지만 그게 아니면 잠자리 상대도 못 된다
애인를 사귀는 이유는 파트너를 하다가 무고죄로 고소당할 수 있기 때문에(?) 정서적 유대감이 있는 척 연기하며 잠자리를 하기 위해서다
그거 외에 여자는 일절 쓸모없다
남자에게 여자는 쓰다 버리는 물건이다
이런 얘기만 잔뜩 있어서
그렇구나 ! 남자들은 원래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면서 믿고 살았는데
애인은
나만 보면 활짝 웃어주고
걸을 때 운전할 때 손 잡아주고
주위 안 살피는 내가 매번 차에 치일 뻔하는 걸 구해주고
낮에는 데리러 와주고
밤길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집에 데려다주고
내 얼굴은 범죄자도 내쫓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해도 믿지 않고
의심할 일을 전혀 만들지 않고
모든 일정을 공유하고
주기적으로 내 컨디션을 체크하고
불편해하면 약/자세/동선 다 확인해서 조절해주고
여기 두고 저기 흘리는 내 소지품을 챙기고
먹다가 흘리면 1초 만에 휴지 갖다주고
치아에 낀 게 있으면 립 묻었다고 애둘러 말해주고
예쁘다, 오늘 왜 이리 귀엽냐, 우리 공주, 많이 좋아해, 사랑해 부모한테 들을 법한 온갖 칭찬과 애정표현을 밥 먹듯 하고
인터넷에서 말하는 남자상이랑 너무 많이 달라서
이질감이 엄청 심했어
인터넷은 이런 남자도 있다는 얘기 안 해줬는데
남자는 여자 쓰고 버릴 거라 신경 안 쓴다고 했는데
애인이 좋아한다고 말할 때마다
왜 그런 말을 해? 이상해 라고 내가 받아치면
좋아하니까 좋아한다고 하지 뭐가 이상해?
라고 하고
남자는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고 했는데? 하면
응 내 눈에 네가 제일 이쁜데? 아주 귀엽고 말이야
라는 말을 하고
왜 잠자리 재촉 안 해? 라고 하면
내가 뭐 너랑 자려고 만나? 좋으니까 만나는 거지
라면서 헛웃음치고
왜 나를 챙겨? 라고 하면
애인이 애인 걱정하고 챙기는 게 당연한 거지 그게 이상한 거야? 내가 네 애인니까
라며 어처구니 없어하고
얼마 전부터 인터넷 좀 줄이래
인터넷에서 자꾸 이상한 거 보고
그게 진짠 줄 알고 습득하는 것 같다고
거기에는 정신 이상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30 40까지 모쏠인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만 믿고
너 인터넷에서 본 것 중에 진짜 나랑 맞는 거 하나라도 봤냐 못 봤지 않냐
딱 그만하라고는 안 하는데 좀 줄이고
보는 건 괜찮은데 재미로만 보고 믿지 말래
이제 자기랑 만나면서 방 밖으로 나오고
재밌는 것도 보러가고 여행도 다니고
인터넷 줄이고 현실을 즐겁게 살재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난 정상인이랑 만나고 싶어
....
난 애인 눈에 정상인이 아닌가봐
안 그래도
어머니도 인터넷 좀 그만해라
인터넷으로 남자 그만 배워라
이런 말씀만 하심
어머니랑 애인 둘 다 똑같은 얘기 함
내가 바본가봐
그냥 넋두리해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