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아, 네가 내게 온 날, 너의 세상도 내게 왔다.
네 세상은, 믿음으로 가득했다.
네 세상은, 투명한 푸른빛으로 가득했다.
네 믿음이, 나를 반성케 했다.
널 품에 안기 전, 나는 아바이가 되고자 했으며,
너에게 나는 무엇인가 되고자 하였다.
비로소 니가 나에게 준 눈빛은,
나를 아버지가 아닌 너와 나를 만들었고,
내 모습은 너로 인해 바뀌어갈 것이라는 것을 찰나에 느꼈다.
네가 남긴 그 짧은 순간의 기억들이 나를 행복에 가득찬 사람으로 만들었고,
성실한 가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을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그 순간의 추억만으로도 삶을 살아가게 하는 신비한 능력이 있었다.
너의 기억이 묻은 모든것들은 그 어떤것과도 바꿀 수 없는 고유의 선물이 되었다.
흔히 사람들은 아이가 생기면 세상이 바뀐다고 말한다.
나는 그 세상이란, 바뀌는것이 아닌 드디어 나의 생명이 느껴지는 입구가 아닌가 한다.
부모들은 자식을 사랑하는듯 보이나, 그들은 이미 그들의 생명이 아이들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곧 너에게 남은 나의 생명을 건네고 떠나고,
남은 푸른빛을 즐기며 갈 것이다.
내가 네 세상에서 떠나는 날 또한 믿음으로 가득하게,
아빠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나한테 남긴 편지내용이야,
난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아빠 너무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