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올해 가장 큰 발견은, 이번 시즌 두산 베어스의 원석 중 원석, 김택연 선수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전설적인 선수의 탄생을 보고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걱정이 들기도 시작하는데,
바로 그것은 김택연과 같이 혹사를 겪었었던 한기주 선수다.
혹사를 당하는 투수들은 많고 많지만, 한기주의 이야기는 달랐다.
한기주는 프로에 데뷔하기 전부터 혹사로 인해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은 편이었으나 번번이 수술할 기회를 놓치면서 다시는 이전과 같은 강력한 속구를 던지지 못하게 되었다
한기주가 처음 본인의 팔꿈치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005년 KIA에 입단이 확정된 후 미국에서의 정밀검사를 통해서인데 당시에 팔꿈치 인대 3개중 2개가 90%정도 손상이 되었으며 수술을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재활을 통해서도 치료할 수는 있다고 했다. 단 적정 투구수는 40개이며 50개 이상은 던지지 않도록 관리해 준다는 전제 하에.
하지만 당시 기아의 감독은 임창용, 신용운의 팔을 망가뜨렸던 서정환 감독이었다.
투구수 관리를 받았어야 할 한기주는 데뷔 시즌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무려 140이닝이나 투구를 했다.
그는 팔꿈치 인대가 작살난 상태로 150km 속구를 던지면서,
10승과 2년 연속 25세이브를 기록하며 국가대표에도 선발될 정도였다.
그는 2007시즌, 선발로 전향한 윤석민 대신 마무리 투수로 전향해
55경기 70이닝 평균 자책점 2.43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팔꿈치는 점점 더 악화되었고 시즌 종료 후
당시 단장은 한기주를 바로 수술시키고자 했지만..
당시 조범현 감독을 비롯한 여럿 감코진은 갑자기 마무리 투수가 빠지면 안된다며
결국 한기주는 수술없이 1년 더 뛰기로 결정했다.
결국 다음 시즌 한기주의 팔꿈치는 투구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면서
팔꿈치를 사용한 투구가 어려워졌고 팔꿈치가 아닌 옆구리 근육을 이용해서 투구했었다.
하지만 30개 이상의 공을 던지면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지고 통증이 증가했었고 2008시즌 중반부터는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그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난 게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최악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2008시즌 후 한기주는 또 다시 수술을 받을 것을 요청했으나 조범현 감독은 또 거절했고, 2009시즌에도 수술받지 못한 채로 투구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무리 최고의 재능을 가진 한기주일지라도 망가진 팔로 4년을 버티는 것은 무리였다.
2009시즌 이전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마무리 자리를 유동훈에게 내주었고
그 유동훈이 각성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한기주가 가장 부진했던 2009시즌 KIA 타이거즈는 우승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9시즌이 끝난 후 그제서야 조범현 감독은 한기주의 수술을 허락해줬다.
그러나 한기주의 팔꿈치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수준까지 망가지게 되었고,
미국행을 꿈꾸던 최고의 유망주는 그저 평범한 투수로 은퇴하게 되었다.
프로 데뷔 전부터 워낙 대단한 재능을 가졌던 탓에 오히려 심각한 혹사를 당해 팔꿈치가 망가졌으며
프로에 와서는 관리가 필요했으나 서정환, 조범현 두 감독의 성적 욕심으로 인해
더욱 혹사당하는 바람에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것이다
김택연과 한기주는 닮은 점이 많다.
김택연 선수도 데뷔 첫 시즌 엄청난 실력을 뽐내며 마무리 투수를 맡고 있고
여러 혹사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택연 선수는 현재 47경기 49.1이닝을 소화했고
이는 2024시즌 KBO 불펜&마무리 투수 이닝 수 최상위권에 속한다.
물론 좋은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혹사를 당했던 투수들은 많지만
혹사를 당했던 투수들 중 마무리가 아름다웠던 사례는 거의 없다. 망가진 상황에서 갑자기 야쿠르트 마무리로 각성한 임창용 정도 말고는.
KBO 최고의 마무리를 넘어 한국 최고의 마무리를 꿈꾸는 김택연 선수의 미래가
한기주 선수의 이야기처럼 안타깝지 않게 적절한 관리를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