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하는 5살 후배가 있어.
내가 모쏠이기도 하고, 자주 보기는 하는데 이게 동아리 일로 만나는 거라서 호의인지 호감인지 판단이 잘 안 서...
후배가 enfj인데, 찾아보니까 enfj가 남들이 봤을 때 호감인 것도 호의로 하는 성격이라 해서 더 아리송해...
판단 도와줄 수 있는 익들 있을까? 몇 개 일화를 이야기 하자면...
스킨십이 은근히 있어.
내 다리, 팔, 머리 부위 스킨십 하고, 손 장난도 자주 쳐.
그리고 어떻게 하다 보면 그냥 서로가 닿아. 다른 사람과는 이런 적이 없는데, 얘랑 유독 닿는다는 느낌이 들어.
반면에 내가 먼저 스킨십 한 적은 없는데, 예전에 같이 장난 치다가 의도치 않게 가슴과 속옷 스친 적이 있어
이거 말고는 본인이 체한 거 같다고 등 밟아 달라고 해서 내가 등 밟아준 정도?
그리고 음식 먹을 때 같이 나눠 먹고, 음료수 번갈아 가면서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같이 퍼먹어.
본인이 먹고 마시다가 배불러서 못 먹으면 항상 나한테 줘. 그럼 나는 처리반 되는 거지.
사회적 모습과 다른 풀어진 모습을 보여줘.
주변 사람이나 친구들한테는 '좋은 사람' 을 연기한다면, 나한테는 '정신줄 놓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돼.
처음 친해졌을 때는 이런 모습이 있을 줄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처음에 비해 양파 껍질이 많이 벗겨졌구나' 하고 생각하게 돼.
감정은 풍부한데, 남한테 이걸 드러내는 걸 싫어하는 거 같아. 그래도 나한테는 다 드러낸다고 하더라구. 그 감정 다 받아줘서 고맙다고도 하고.
본인의 어두운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고, 가치관을 공유해.
사실 처음에 친해진 계기가 너무 비슷한 서로의 어두웠던 성장기, 가족사를 통한 공감이었어.
그래서 그런가 주기적으로 서로의 과거 이야기를 하고, 공감하고, 이해하고, 토닥여줘.
그리고 본인의 연애 가치관, 결혼 가치관, 삶의 가치관 등을 되게 자세하게 먼저 다 말해주더라.
귀에서 피날 정도로 TMI가 심해.
본인의 과거를 싹 다 이야기 해.
그래서 얘랑 거의 10년은 알고 지낸 듯한 기분이 들 정도야.
거기에 쉬지 않고 쫑알대고, 노래 부르고, 둠칫 거리면서 춤을 아무 곳에서 춰.
남한테 피해는 안 주는데, 꼭 지나가다가 한 번 더 보게 되는? 그런 부류야.
조금은 창피한데, 한편으로는 얘 덕분에 나도 기분이 좋아져.
남 여 사이의 경계가 약하다?
다른 사람과도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내 집과 여행 숙소에서 잘 때 내 옆에서 잘 자.
동아리 행사 답사를 어쩌다 2박 3일로 후배랑 둘이서 가게 되었을 때도 굳이 개인 방을 놔 두고 내 옆 쇼파에서 자고, 뭐 하다가 피곤하다고 좀 자겠다면서 눕고 그래.
후배가 남자를 남자로 인식하기 전에 사람으로 인식하고 동성한테 하듯 굴거든? 그래서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똑같이 행동하기는 해.
그래서 얘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가 모르겠어.
나를 엄청 믿어.
본인 차 키, 지갑, 핸드폰을 다 맡겨.
이것 말고도 그냥 내가 하는 말, 계획 같은 것도 다 믿어.
내가 걱정되어서 '원래 이렇게 사람을 쉽게 믿어?' 하고 물으니까 '선배여서 믿는 거죠. 나쁜 사람 아니잖아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가끔 물가에 내 놓은 아이를 보는 부모 마음으로 얘를 보고 있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