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요약 있음
나 편의점 경력 8년이 넘어
점장할 생각 있는 건 아닌데 내가 글쓰는 게 업이라 생활비 벌면서 글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편의점 같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많이하게 됨
직전에는 거의 직영점처럼 엄청 빡센 매장에서 혼자 야간 반 년 정도 했어서... 오전 근무 하는 곳이 사람 구하길래 지원했어
내 경력 보더니 좋아하시면서 바로 채용하셨는데 사장님이 매장이 여러개인데 내가 지원한 매장 말고 다른 매장이 사람이 급하다면서
8월까지만 거기서 일하고 9월부터는 이 매장에서 일해주면 안되겠냐는거야 근데 거기가 물류가 있다고 하시면서 괜찮냐고 물어보시더라고
근데 말했다시피 나 개빡센 매장에서 물류 혼자 받던 사람이라 뭐 이번달만 하는 거면... 하고 ㅇㅋ라고 말씀드리고 바로 그쪽 매장으로 출근했어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사장님 남편이 물류를 도와줄테니까 별로 안힘들거래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혼자 일하는 게 좋은 사람이라 음... 하긴 했는데 어차피 하기로 한 거 알겠다고 말씀드렸어
가보니까 내가 야간했던 매장이랑 물류가 비슷하더라
알고보니까 거기가 호텔에 입점한 매장이라 밤에 어마어마하게 물건이 팔린다는 거야 그리고 새벽에는 무인매장인데 손님들이 내려와서 과자같은 거 많이 사가는거지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면 모든 물건들이 텅텅 비어있고 그 물건들을 내가 전부 채우면서+물류까지 정리해야하는 정신 나간 매장이었음
게다가 사장님이 말도 안하셨는데 내 시간에 냉동이랑 F/F까지 들어오더라
그러니까 물류+냉동+F/F가 한 타임에 다 들어오는데 직장인+호텔손님들은 끊이지 않고 그 와중에 텅텅 빈 매대는 계속 채워야하는 헬 오브 헬 매장이었음
사장님들 특징 알지? 본인들 매장은 절대 바쁘고 일 힘들다고 생각 안하시고 말도 안함
근데 아무리 그래도 보통은 물류나 냉장 같은 거 들어오면 들어오는 건 다 말씀해주시는 게 정상인데 말씀도 없으셨다가 들어와서 당황함
문제는 근데 그게 아니었음...
앞서 말했듯이 나는 경력이 많다고 말씀을 드렸고 이 매장에 이번달만 있다가 옮기기로 한 거잖아
그래서 그런지 나한테 아~무것도 안알려주고 일단 정리만 하라고 말씀을 하시는거야 인수인계를 하나도 안하고 투입된거임
당연히 사장님 따라, 매장마다 운영 방식이 다 다르니까 보통 하루정도는 인수인계 교육을 하잖아? 근데 그런 걸 전혀 안하심
당장 판매할 때만 해도 일반 봉투는 판매 안하고 종량제로만 판매하는 매장일수도 있고
종량제 봉투 낱개로는 판매하지 않는 매장일수도 있고 봉투 바코드 위치도 모르는데 나한테 냅다 판매해라 정리해라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지
그래서 이것저것 질문 드렸어 일반 비닐봉투로 판매하는 거냐 일반 비닐봉투는 얼마 받으시냐 바코드에 '쇼핑백'이락 되어있는데 이게 봉투 말하는 게 맞냐 (진짜 쇼핑백 판매하는 매장도 많으니까)
그러니까 사장님 남편이 그게 봉투지! 하면서 왜 그걸 모르냐는 식으로 뭐라 하시더라고 인수인계를 안한 폐해임... 내가 이걸 어떻게 알겠어 내가 잘못팔면 다 내 책임이라고 할꺼면서
이후 정리할 때도 중간에 검수 완료 왜 누르냐 너 할 줄 아는 거 맞냐 (중간에 미검수 확인하려고 자주 누름. 아무상관 없는 버튼인데 모르시나봄.)
지금 F/F들어왔는데 왜 물류 정리하고 있냐 (F/F를 사장님이 하실지 내가 할지 알 수 없고 (말을 안하니 들어온 줄도 몰랐음) 물류 하라그래서 정신없이 물류 하고 있었음)
매장 안에 고구마 기계 있는데 미친듯이 울리니까 사장님 달려와서 끄더니 이거 왜 안껐냐 니가 안끄니까 내가 달려와서 끄지 않느냐 (고구마 기계 다루는 법 당연히 안알려줬음)
물류 끝나고 매대 물건들 정신없이 채우고 있는데 카운터를 봐야지 거길 왜 채우고 있냐 (여기 늘 문 열려있는 매장이라 손님 들어왔다고 딸랑 소리도 안들리고 셀프 매장이라 셀프 키오스크 시스템 되어있음. 본사 직원이 첫날 와서 바쁠테니까 셀프 켜놓으라 해서 켜놓고 물건 채우고 있었던 거)
청소 왜 안해서 내가 하게 만드냐 (이것도 하나도 안알려줬고 빗자루, 쓰레받이 위치도 몰랐음. 심지어 마대자루는 보관해놓는 위치가 화장실쪽에 따로 있는데 당연히 몰랐음.)
게다가 일주일에 2번 라인이라고 잡다한 물류 또 들어오는데 호텔 매장이라 칫솔 치약 젓가락 생리대 이런 게 대량으로 5박스 정도 또 들어옴... 진짜 물류 폭탄 당연히 이것도 말 안하셨음
화룡점정으로 그 날 사장님 남편 퇴근하고 홀로 남아서 (6시간 근무인데 5시간동안 빡노동 했다) 와 드디어 홀로 남았다... 매대 또 채워야하네 하고 잠깐 폰보는데 바로 문자 날라오더니 폰보지 말라고 함
CCTV 감시도 모자라 편의점 알바 혼자 있을 때 폰 절대 보지 말라는 사장님
이런 식으로 계속 알려주지도 않은 걸 왜 모르냐고 닦달을 엄청 하심+물류가 미쳤다 수준으로 들어옴
일도 엄청 빡세서 허리 두드려가며 잠시 쉴 틈도 없이 6시간 동안 내내 물류정리 매대정리 하는데 진짜 현타가 엄청 오더라
근데 사장님은 첫날 이후로도 계속 왜 모르냐 왜 모르냐 왜 모르냐 계속 닦달을 하심 제발... 알려주고 왜 모르냐고 하세요...
앞서 말했지만 나 경력 5년 넘고 빡센 매장들 겪어와서 어지간하면 별생각 안하는데 물류 많은 건 그래 까짓것 참을 수 있단 말야 (미리 말만 하셨다면 -.-)
근데 진짜 사장님 남편이 너무 스트레스인거임
나 서비스직 오래해서 슈퍼 예스맨에 기본 스마일 장착인데 사장님이 검수 문제로 니 모르니? 했던 날 너무 화가 나서 정색하고 그거 아무 상관 없는 버튼입니다.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니까 중년 남성 사장분들 특... 그냥 말 무시하는 걸로 일관하길래 여자사장님한테 대체 뭐가 문제냐고 하니까 남편 편들길래 와 진짜 답이 없구나 했음
그리고 일주일차...
사장님 남편한테 전화가 오더니 우리랑 안맞는 것 같대
그래서 한숨 푹 쉬고 아 그러냐고 저 그럼 이제 안나가도 되는거죠? 네~ 하고 끊음
사실 일한지 한 3,4일째에 내가 먼저 관두겠다고 말하려고 계속 고민했는데
내 유니폼을 이미 준비해두셨고 매장 일정이 바뀌어서 일주일만 저 매장에서 일하면 다음주부터는 원래 일하던 매장으로 옮겨가게 되었단 말이야
그래서 며칠만 더 참자... 며칠만 더 참자... 하고 계속 일한건데 차라리 그 매장 가기 전에 관두게 되서 다행이다 싶음
요약💔💔
편의점 경력 8년이 넘는 내가 보기에도 개헬 난이도 물류가 쏟아지는 매장
새벽에 셀프 매장이라 사람이 없어서 아침에 출근하면 모든 매대가 텅텅 비어있는 매장 (물류하고 이것도 다 채워야함)
인수인계 1도 안해놓고 계속 왜 나한테 아는 게 없냐는 사장 남편 (딴거 다 참아도 이게 너무 힘들었음)
CCTV로 감시하면서 폰 절대 보지 말라고 함
이래놓고 뒤늦게 받은 고용계약서 확인해보니 일주일 내내 근문데 주휴수당 얘기가 없고 수습기간 10% 공제
ㅋㅋ
지금까지 편의점 오래하면서 출근 자체로 스트레스 받아본 적이 없는데 여긴 진짜 역대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