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가족 다 부르셨는데 나까지 찾으실 줄 몰랐거든. 안 내려가고 있다가 내려갔는데 대뜸 내 손 잡으시고 사과하시더라. (조부모님 1층, 우리 식구 2층에 살음) 생각도 못한 상황이라 어 .. 네 .. 하고 일어났어. 반응 눈치채셨는지 나 또 부르셨는데 안 가고 오빠들 들여보냈어
지금까지 모질게 대하셨으면 끝까지 모질게 대하시지 왜 사과하시는 건지 .. 그런다고 지난 20여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돌아가시기 전에 다들 이러시나? 벙쪄서 집 올라와서 내 방에 있었던 거 같네.
위에 오빠들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조부모님 세대 어른들께 차별받았어. 맛있는 거 들어오면 오빠들 먼저 챙기고, 내 몫 남겨주는 것도 없고 오빠들 무조건 다 먹이셨던 거 같아. 요리하셔도 오빠들만 부르셨지 나 부른 적 손에 꼽을 듯? 얼떨결에 오빠들이랑 내려가면 내 몫 없다고 쫓아내시기도 했고
용돈도 오빠들은 한번씩 몇 십 만원 이렇게 주시고, 필요한 거 있으면 사주시고 그랬는데 나는 10만원이었나 5만원이 끝이었어. 이것도 중학교 들어가고 딱 끊겼지 졸업선물은 기대도 안 했고, 대학 들어갈 때도 아무것도 없었어
부모님께서는 그런 나를 뒤에서 몰래 챙겨주셨는데 들키면 할머니께서 진노하셔서 내 앞에서 부모님 혼내시고 그랬거든. 그 모습 보기 싫어서 내가 조용히 살았어.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 늦게 들어오고. 불 꺼진 거 보고 주무신다 싶어서 들어올 때가 많았어.
아, 배달 시켜도 부모님께 전화왔었어. 그런 거 먹이니까 살찐다고, 뭐 귀한 입이라고 그런 거 ㅊ먹이냐면서 엄마한테 전화오셔서 난리도 아니었지. 오빠들이 뭐 시키면 내려와서 먹으라고 하시고, 옆에서 뭐 더 챙겨주시고 그랬어. 집에서 나오기 전까진 배달음식 꿈도 못 꿨고.
대학 붙어도 그 자리를 네 오빠가 갔어야 한다면서, 뭐 네가 대단하다고 그런 좋은 대학 가냐고 핀잔주셨었어. 도망치려고 붙은 거였는데 뭐.
웃긴게 기숙사 들어간 뒤로 집안 연락 거의 끊었는데, 타지 갔으면서 어른들께 소식 안 전한다고 전화오셔서 엄청 욕하셨어. 궁금하지도 않을 텐데 왜 묻지 싶었는데, 그 뒤로는 전화 안 오더라.
그런 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사과를 했다니 애초에 사과라는 걸 인지하고 계셨던 분인가 싶었는데, 그렇게 들으니까 얼떨떨하더라. 별로 와닿지도 않고, 음 .. 싶었어. 놀란 건 맞는데 금방 잊히는? 진정되는? 그런 감정이었어.
지금은 장례 다 끝내고, 손자들은 각자 집으로 갔고 부모님이랑 다른 집안 어르신들은 만나서 담소 나누시는 거 같더라. 난 사실 장례식에서 제일 먼저 나왔어. 집안 어르신들도 할머니처럼 나 대하셨는데 뭐 .. 불편한 자리될까봐 조용히 빠졌지.
어디갔냐고 오빠들이 찾았는데, 집이라고 보내놓고 연락 안 봤어. 내 할 거 하다가 생각나서 이렇게 적어보네
혼자 적기도 했는데 어디다가 풀고 싶어서, 여기 마침 생각나서 적어봐 이걸 읽을 사람들에겐 매우 감사하고.
세상엔 아직 이런 분들이 존재하는게 안타깝기도, 화나기도, 슬프기도 하고 그렇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