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이었음. 엄마 10시쯤 퇴근하고, 아빠가 11시 퇴근 예정인데 매일 퇴근 하시고 소주 한 잔씩 하고 주무셔서 내가 종종 안주를 해드리거든?
아빠 퇴근 시간에 맞춰서 안주 해드리려고 엄마랑 준비하다가, 내가 엄마보고 "한 10시 40분쯤 부터 하면 시간 딱 맞으니까, 일단 얼른 씻고 나와" 했는데 밍기적 거리다가 씻고 나왔어.
그리고 한 10시 35분쯤 돼서, 내가 슬슬 재료 준비하자고 (메뉴가 가지탕수여서 가지 썰어서 전분가루 묻힌 다음에 튀김반죽 묻혀서 기름에 한 번+식힌 다음 또 한 번 튀기고 소스 만들어서 빠르게 볶는 거였음)
가지 두 개 정도 썰면 되냐니까, 여섯 개 다 썰으래. 그래서 왜냐고 물었더니 오늘 아빠 가지 탕수 해준다 했더니 옆 아파트 사는 이모들도 좀 달라고 해서 나눠주기로 했다는 거임
근데 우리집이 무슨 튀김솥이 있어서 거기다가 대량 튀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봐야 프라이팬에 기름 최대한 아껴가면서 몇 개씩 튀기는 게 전부인데
아빠 혼자 드시는 거랑, 옆에 이모들 드실 것 까지 3배 양을 튀기는 거랑 아예 차원이 다르잖아.
그래서 나는 일단 거기서 화가 났거든? 엄마가 원래 나를 고생시켜서 옆에 이모들 챙겨주는 행동을 많이 해서, 내가 몇 번 짜증도 냈었어.
왜 내가 고생해서 만든 음식을 이모들 몫까지 가져가서 나눠주고 홀라당 먹어버리고 말도 안 하냐고. 나는 우리 식구들 먹으려고 고생해서 만든 거라고.
아마 내 생각엔, 또 이모들 준다고 하면 내가 뭐라 할까봐 튀길 때 돼서 말한 것 같아.
아니 조리하는 시간이 차원이 달라지는데 이래나 저래나 어차피 줄 거 차라리 미리 말을 해주던가.. 따로 튀기고 따로 몇 차례 볶고가 안 되는 게
주방도 좁아 터져서 화구도 되는 거 하나 밖에 없어서 엄마랑 나랑 양쪽에서 멀티로도 못 하고, 그냥 이 메뉴 특성상 한 번에 적은 양을 우르르 튀겨서 우르르 빠르게 소스에 볶았을 때 맛이 제일 좋단 말이야
많은 양을 어거지로 튀기고 소스 묻히고 하면 차례로 튀김 식히는 과정 + 많은 양 어거지로 볶고 골고루 묻히는 과정에서 결국 눅눅해질 수밖에 없어.
근데 또 엄마가 옆에서 도와준다길래 내가 그래 차라리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하는 게 손이라도 하나 느니까 괜찮겠다 싶어서
전분가루 엄청 얇게 묻힌 다음에, 튀김 반죽 얇게 묻혀서 달라고, 근데 뭉치면 안 되니까 하나씩 쟤들끼리 안 겹치게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걍 전분가루 세네 큰술 넣으면 될 걸 거의 한 컵씩 넣어서 범벅 만들고, 그걸 또 반죽물에 와르르 부어서 위생장갑 끼고 버무리고 있는 거야ㅋ.. 그러면 반죽 떡져서 애초에 예쁘게 나오지도 않고 식감도 떡져. 전분 가루 많이 넣으면 안 된단 말이야..
엄마도 내 말 알아 들었는데 그냥 하나하나 정성 들이기 귀찮아서 그런 거야. 근데 내가 이미 한 차례 곤혹을 표했으면, 최대한 맞춰서 도와주려고 하던가 자기 마음대로 범벅하고 버무리고 해서 줄 거면 대체 왜 도와준다고 한 거야.
그래서 아빠 오는 시간에 맞춰서 한다고 두 번 튀길 거 한 번 밖에 못 튀기고, 반죽물 덕지덕지 묻은 채로 튀겨서 반죽도 떡 되고, 볶을 때도 프라이팬에 이탈할 정도로 많이 부어서 어거지로 볶고 뒤집고 하느라 음식도 망했어.
나는 결론적으로 조금만 일찍 말해줬으면 내가 최대한 안 망하게 대책을 마련해서 해드릴 수도 있었는데, 아빠 혼자 드실 거 생각하고 계산해놓은 시간에 임박하니까 그제서야 말한 것도 그렇고
도와준답시고 팔 걷고 나섰으면 내가 부탁한대로 해주면 될 것을 엄마 마음대로 범벅하고 버무리고 이럴 거면 대체 왜 도와준다고 한 건지도 모르겠고
그래놓고 아빠 오자마자 하는 말이 "내가 옆에 이모들 음식 갖다줘서 화났다.." 래 ㅋㅋ 단순히 그것 때문에 화난 게 아니라 이모들 주기 위해서 많은 양을 하느라 시간에 쫓기고 결국 음식도 망친 거에 더 화난 거지
그래서 내가 대체 말을 왜 그렇게 하냐고 뭐라뭐라 하다가 엄청 싸웠거든? 너네는 이 상황이면 화가 안 날 것 같아?
솔직히 내가 예민한 것도 있는데 내가 진짜 이 짓을 한두 번 당하는 게 아니니까 너무 화나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열받아 진짜로.. 진짜 속 터지고 답답하고 결국 내 고생해서 시간 써서 엄마 아빠 좋은 일 해주는 건데
결국 나만 화나고 속상하고 서운하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