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딩때 동기 남자애
정말 착하고 얼굴도 괜찮고 그랬거든
한겨울에 나 졸업할때 근로장학생이랑 알바랑 이것저것 하면서 피곤한데도
내가 밥먹자고 했는데 약속 잡혀서 저녁먹게 됐어
그날 얘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오는 길에 도로보수공사하는 바람에 어쩔수없이 30분 늦게왔어
근데 나 그때까지만 해도 좋아해주는 사람 많았어서 좀 겸손하지 못했었어
좀 숙맥같지만 늦어서 미안하다고 연거푸 사과하고, 어리숙하지만 나름대로 잘 차려입고 와서
인기있는 마라탕집에서 줄서서 웨이팅 하는데, 너무 추웠어서 그것조차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
근데 나는 그때 얘가 좋은 애인 걸 알면서도, 겸손하지도 못했고 쉽게 안보이려고
겉으론 막 친구대하듯이 대하고 조금 선긋는듯이 행동했거든
밥먹고 카페도 갈 시간 안난다고 하고
그날 마라탕 먹고 나서 나오는 길에, 걔가 "ㅋㅋ.. 오늘 보면 마지막이겠네..?" 그러길래
내가 "그렇지 뭐." 하면서 대답하니까, 한동안 말이 없다가 "그래.. 졸업 잘하고" 그러면서
바쁜 와중에도 준비해 온 졸업선물이랑 졸업축하 손편지 주더라 (알고 보니 이거 준비한 날도 일이 많아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쪽잠 자면서 다 준비해왔대)
그때 순간 마음 허물어져서 "뭐야~" 그러면서 손으로 어깨 한대 쳤는데...ㅋㅋㅋ..
얘는 그거 주면서 미소지으면서 "앞으로 ~ 준비하는거 어딜 가든 잘 할거 같다.. 아까 늦어서 정말 미안하다" 그랬어
그러고 거기서 인사하고 헤어졌거든.
집에 가서 잘 들어갔냐고 카톡오고, 그 뒤로 마라탕 맛있었다 정도의 간단한 카톡 오다 끊겼어
근데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는데, 갈수록 그날 그 장면들이 계속 생각나는 거야
너무 순하고 좋은 애였는데 쉽게 안 보이려고 너무 좀 그렇게 대했나 싶기도 하고...
하루는 걔가 겨울에 흰 목도리 사진 카톡 프로필에 올렸을 때, 계속 걔 생각 너무 나서 나도 프로필 사진 흰목도리로 하고 그랬거든
근데 더 이상 연락이 안 오니까, 내가 좋은 사람 놓쳤다는 게 그제서야 느껴지더라
결국 졸업하고도 내가 너무 미련 남는거 같아서 카톡에서 지웠어
내가 좋은 사람 놓친게 맞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