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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에 게시된 글이에요   새 글 

수인이라는 종이 드러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발견된 수인은 어두운 골목에 버려진 채였다. 머리 위로 보이는 귀와 겁을 먹어 안쪽으로 말려들어간 꼬리는 분명 동물의 것이었다. 부모도 모르고, 이름도 하물며 나이도 몰랐던 그것을 데려간 건 나라의 정부였다.

돌연변이인가. 이게 가능한 일인가. 혹은 실험체인가 봐. 실험체라면 도대체 어떤 사람이 무슨 목적으로 행한 일인가.

많은 의문이 쏟아져나오고 그와 마찬가지로 많은 가설이 나왔다. 정부는 일단 이것이 인간인지 동물인지 모르겠지만 생명이라면 무엇인가가 태어나게 했을 것이라는 판단에 '부모'라고 불리는 것을 찾기 위해 추적에 나섰다.

우선 그것의 머리카락, 손톱 등을 잘라 DNA 검사를 진행했다. 운이 좋은건지 바로 결과가 나왔다. 여성, 32세. 사진에 나타난 여성의 이목구비는 그것과 닮았다. 그래, 마치 가족처럼.

그 여성을 조사해보면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 회사원인 부모를 두고 평범하게 대학을 나와 회사를 다니고, 평범한 생활을 하다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안타깝게도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어 혼자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그런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었다.

여성의 집은 평범했다. 어느 가정집과 마찬가지로 아이가 있는 가정에는 무조건 있는 유모차가 가지런히 있었고, 아이가 사용할 법한 자전거와 보드가 마당에 놓여있었다. 다만 시간이 없었는지 관리가 안 된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히 나와 있었고 무분별하게 자란 식물들은 햇살을 받고 있었다.

정부에서 나온 사람을 본 여성의 안색은 파리하게 질려갔다. 사람을 집으로 들이고 적막이 흐리는 집안에서 의자에 앉아 마치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몸을 떨던 여성은 곧 입을 열었다.

"내가 낳은 게 인간인가요?"

인간이 맞긴 한가요. 힘겹게 말을 이어가던 여성은 얼굴을 두 손에 파묻었다. 그리고는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죄, 죄송합니다."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요.

어두운 집 안은 아이가 사용할 수 있는 장난감들이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소리를 꺼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텔레비전에는 엄마가 아이의 그네를 밀어주고 있었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다음날이 되서야 아이를 만난 여성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그리고 흐느꼈다. 여성을 마주한 아이는 뒤에 서있는 사람의 눈치를 보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조심스레 발을 내딛었다. 아이의 눈에는 미약한 호기심과 걱정이 담겨있었다. 마치 1분이 30분처럼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 여성은 흐니끼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고 천천히 다가오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동물의 귀와 꼬리가 달린 아이가 다가왔다. 나와 닮은 이목구비를 가진 아이가 다가왔다. 그 사람과 닮은 아이가 다가왔다. 우리와 닮은 아이가 다가왔다. 내 아이가 다가왔다.

어느새 다가온 아이는 잠시 눈치를 보다 손을 천천히 들었다. 그리고 주저앉아있는 여성의 등을 느리게 토닥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여기에 들어와 주변 사람들에게 받았던 감정과 행동을 울고 있는 사람에게 주었다.

마침내 엄마와 만난 아이는 엄마라는 존재가 생소했는지 멀리서 가만히 쳐다만 보다가 도움이 필요한 것 같으면 몰래 해주고는 엄마라는 사람의 반응을 보고 기뻐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날도 맑은 인사와 함께 방으로 들어오는 엄마라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직접 싸온 음식을 준비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와 힐끗 쳐다봤다.

나와 닮은 이목구비를 가진 사람. 눈, 코, 입 모두 닮진 않았어. 코는 아빠라는 사람과 닮았다고 했고, 졸리면 눈을 느리게 깜빡이는 모습도 아빠와 닮았다 했어. 그리고 모르는 게 있으면 찌푸리는 미간은 엄마를 닮았다 했어.

...엄마?

자기가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엄마라는 단어를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라는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 울었어. 울보야. 그리고 그 이후에 만났을 때는 엄마라는 사람은 울 것 같았는데 막 참았었어. 눈물이 많은 사람이야. 그리고, 그리고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어. 매일, 계속.

다가온 아이에 티가 나지 않게 좋아한 여성이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붙잡고 있었을까. 조그마한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엄마"

괜찮았다. 애초에 자기가 잘못을 했으니. 자기가 아이한테 하면 안 되는 잘못을 했으니까. 화를 낸다고 해도 좋았다.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욕을 한다 해도, 때린다고 해도 좋았다. 내가 잘못을 했으니. 그저 아이의 옆에만 있게 해준다면 그 무엇도 괜찮았다.

여성은 이 순간을, 감히 꿈 꿀 수조차 없던 이 순간을,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이 순간이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남은 삶을 모두 합쳐도 이 순간보다 찬란한 순간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순간도 녹화하고 감시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동안 전세계에 수소문을 해 비슷한 사례들을 찾아냈다. 인간의 모습이지만 날개가 달려있는 경우, 인간의 모습이지만 하반신이 물고기인 경우 등 두 개의 사례가 있었다. 동물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조사해보면 전자는 독수리, 후자는 돌고래였다. 평소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마음을 먹으면 완전히 동물의 모습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들은 인간과 같이 밥을 먹고,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고, 다른 사람과 싸우고, 화해할 수 있었고, 수학과 같은 산수를 할 수 있었고, 글을 읽고 이해를 하고 응용을 할 수 있었다.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전세계에 수많은 학자들이 모여 얘기를 나눴다.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 걸렸다.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사람과 얘기를 하며 웃었고, 싸우면 화를 내고 그리고 울면서 화해를 하는 그런 일상을 보냈다. 아이였던 어른은 직장을 가졌다. 첫 월급으로 엄마에게 선물을 줬다. 또 계절이 흘렀다. 엄마와 이별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혼자서 살 수 있게 된 어른은 자기가 잘 클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과 합께 감사인사 건넸다.

시간이 또 지났다. 드디어 결정되었다. 

동물의 모습과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인간. '수인'

수인이 드디어 세상에 드러났다.


+) 한 번 쓰다가 저장도 못하고 다 날려서 빠진 문장이나 어색한 문장이 있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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