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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70l 4

 

(글잡에서 시뮬로 올린 적이 있었는데 분량도 짧았고 앞으로 이어가기 어렵다 생각해서 홧...김에 삭제 하려다가 마음 고쳐 먹고 글 조금 다듬어서 재업합미다ㅎㅎ..😅)



***


우리는 시도때도 없이 다시 돌아가지도 못 할 과거에 미련을 두고, 지난 날의 자신을 후회하고, 그동안의 시간들을 무의미하게 여긴다.


"늦으면 늦는다 문자라도 남기는게 어렵냐? 내가 뭐 전화를 달라 했어, 직접 얼굴 보고 알려달라,"

"아 헤어져."

"뭐?"

"이걸로 몇번째 싸우는 건지나 알아? 진짜 짜증나게..."


칼날같은 하얀 입김이 서로를 날카롭게 겨냥하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길 한복판에서 혹독한 한겨울의 추위만큼이나 날 선 말들로 서로를 차갑게 베어가 살갗을 에이는 통증이 매서운 강바람때문인지, 쌀쌀한 눈길때문인지 머리로는 구분이 되었지만 눈으로는 구분을 할 수가 없었다.

헤어짐이라는 말은 우리에게는 배고프다는 말처럼 일상적이다. 입장이 불리해진다고 여길때면 상대방의 입을 막기 위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때나 헤어짐을 꺼내든다.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말을 믿지 않았던 우리는 양보와 물러섬이라는 방지턱를 무시하고 그대로 질주했다. 


이런 관계와 지금 우리는

꼭 줄다리기위 아슬아슬한 곡예사 같기도, 파도를 맞닦뜨리기 직전의 위태위태한 모래성 같기도 했다.




 
   
글쓴닝겐
"야."

후타쿠치가 한치의 장난과 온기라곤 없는 사납고 시린 표정과 말투로 나를 불렀다.

"뭐."

자존심밖에 남지 않은 나는 일단 후타쿠치를 이기고 볼 생각 밖에 없었다.

11일 전
글쓴닝겐
"아무리 그래도 선은 넘지 마라."
"왜? 너도 저번에 나한테 그랬잖아."
"아니 그땐 술 취해서 개'소리 짓껄인거라고."

후타쿠치가 따박따박 눈 하나 꿈쩍 않고 대꾸하는 나를 더는 보기 지친다는 태도로 짜증어린 한숨을 내쉬며 눈을 한번 감았다가 떠보였다.

회피와 순정이 뒤섞여 복잡한 머리 속 상태가 그대로 행동으로 출력된 것 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가 모조리 애증으로 뒤덮여서 좀체 이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11일 전
글쓴닝겐
쉽게 지지 않겠다 객기를 부리는 똑닮은 동공이 다시금 마주쳤다.

"취중진담이란 말이 괜히 나왔겠어? 너도 속으로 나랑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은연중에라도 빈번히 하니까,"

이건 나보다 잘난 네가 나를 도대체 왜 좋아하는 걸까에서부터 시작된 의문과 자격지심을 거쳐 어쩌면 예견된 비극일지도 모른다.

11일 전
글쓴닝겐
비극이라는 끝에 도달하기까지 우리는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돌아가고 편편한 포장도로를 대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위를 달렸다.

지금도 결국 누군가가 터져야 멈추는 폭주 기관차처럼.

"아 진짜 좀!!"
"..."

후타쿠치가 소리를 지르며 신경질적으로 내 말을 끊었다.

11일 전
글쓴닝겐
"....좋은 날 왜그러냐..."

잠깐의 침묵 뒤 나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른 행동에 스스로도 놀란 것 처럼 후타쿠치의 고개가 푹 내려간다.

나만큼이나 자존심이 세서 절대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던 그 후타쿠치가.

11일 전
글쓴닝겐
중얼거리는 말에서 느껴지는 속상함과 짜증을 모를 수가 없었다. 4년이란 시간동안 네 일부가 된 내가 어떻게 모르겠나.

길 한복판에는 커다랗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그 주위로는 엄동설한의 추위에도 방금 전 우리처럼 서로의 시간을 뎁혀주기 위해 모인 커플들로 복작거렸다.

11일 전
글쓴닝겐
똑같은 레퍼토리도 이제는 지겹고 지긋지긋하다. 너는 내 앞에서 고개를 벼마냥 숙이고 나는 네 앞에서 고개를 태양마냥 치켜들었다.

서로가 말대신 숨을 내뱉으니 곧바로 투명한 숨이 불투명한 입김으로 둔갑했다. 형체를 잃은 말은 자존심이란 벽에 막혀 나오지 못 하고 목구멍을 빙빙 맴돌고 있었다.

사랑이 평등하고 공평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사랑도 복잡하고 지저분한 수많은 인간관계중 하나일 뿐이다.

11일 전
닝겐1
김니로 드림 하 너무 좋다... 얘드라 싸우지 마)
11일 전
글쓴닝겐
우리의 사랑은 이리저리 구르느라, 여기저기 부딪히느라 4년이란 시간동안 너무 많이 오염된게 아닐까.

"....미안."
"..."
"놀라게 해서."

고마워보단 미안해가 익숙해진 이 관계를 지속하는게 맞을까 싶었다.
사랑스럽다는 눈빛보단 질린다는 눈빛을 주고 받는게 과연 연애가 맞을까 싶었다.

11일 전
글쓴닝겐
"켄지."
"..."

나만이 애정어리게 부를 수 있었던 야, 바보, 같은 특별한 애칭대신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부를 수 있는 평범한 네 이름을 오랜만에 혀 끝에 올려보았다.

11일 전
글쓴닝겐
입김에 감싸진 네 이름에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나는 이제 더는 너를 이전만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우리가 바라고 상상한 끝에는 이런 장면은 없었을 것 이다. 허나 자꾸만 보이고 그려지는 끝이 너무나도 막막하고 사무쳐서 필사적으로 그것을 외면하는 동안 너도 나도 어찌 할바를 몰라하며 엑셀만 밟아왔던 것 같다.

11일 전
글쓴닝겐
분명 아닌데.

지는 게 이기는게 아닌데.

굳건했던 가치관이 사랑이라는 변수로 허물어지는 걸 생경히 실감하게 되었다.

쉽게 듣고, 쉽게 볼 수 있었음에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흘려보냈던 문장이 불현듯이 가슴속에서 피어났다.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래.

11일 전
글쓴닝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모질고 뜨거운 감정에 사로잡혀있던 내가 갑자기 고요하게 제 이름을 부르니 후타쿠치가 숨을 참는게 느껴졌다.

소리 하나만으로도 내 일부가 된 너도 이미 느낌이 오는 것 같았다.

11일 전
글쓴닝겐
"미안. 내가 좀 심했던 거 인정할테니까 그니까,"
"후타쿠치."
"하지마."
"..."
"진짜 하지마라."

고개를 팍 들어올린 후타쿠치가 성큼 다가와 온기 하나 없는 지 손으로 내 두 손을 맞잡았다.

이 말은 우리가 수도없이 주고 받았던 말인데 너는 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처럼 안절부절 못 하는지 모르겠다.

11일 전
글쓴닝겐
감동적인 영화를 봐도 저게 뭐가 슬프냐고 옆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툴툴거리며 내 앞에 뚱뚱한 두루마리 휴지를 리필 해주던 네가 실은 나 몰래 자는 척 하면서 찔끔찔끔 눈물을 흘렸던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는 척 하지 않았다.

눈물이 많은 네가 내 앞에만 서면 눈물이 없어진다.

그게 네 나름대로 내게 잘 보이기 위한 자존심이었을거라 생각한다.

11일 전
글쓴닝겐
"우리 열심히 했어."
"아니 뭘 열심히 해. 나 열심히 안 했어."
"그럼 더 서운하다 야."
"그 말이 아니잖아. 아 진짜 왜그래."
"미안해. 그냥 하는 소리 아니고 진심으로."
"몰라 미안해고 뭐고 듣기 싫으니까 집 가자. 너 사람 많은 거 안 좋아하잖아."

그렇다면 지금도 넌 내게 자존심을 부리고 있는 걸까?

금이 간 네 얼굴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새어나올 것 같만 같아서 나는 네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11일 전
글쓴닝겐
우리는 미안하다는 말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잘못했다 라는 말은 죽어도 하지 않으려 했다. 이유라 하면 당장 앞에 닥친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 또는 우리의 더러운 자존심때문이었겠지.

내게 멋져보이고 싶던 너는 못나보일까봐,
너와 동등해지고 싶던 나는 당당하게 보이지 않을까봐.

11일 전
글쓴닝겐
"나 딱 한번 말할거야. 계속 있다간 입 돌아갈 것 같아."
"아니 여기 시끄러워서 못 들어. 그냥 집이나 가자고 빨리. "

후타쿠치가 또 당장의 상황만을 무마하려고 내 손을 놓고 나를 껴안으려는듯이 두 팔을 벌렸다.

11일 전
글쓴닝겐
"지쳤어."
"..."
"평소랑 똑같아서."

그대로 내게 쏟아지려던 후타쿠치를 단숨에, 단호하게 말로 막아세웠다.

그렇게 나는 우리의 끝에 와서야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11일 전
글쓴닝겐
내 포기와 단념을 예상이라도했듯 후타쿠치의 표정은 어째 놀라거나 슬퍼보이지 않았다.

외면하고 있던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을 뿐, 사실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

나는 그가 제일 좋아하는 미소를 마지막으로 지어주며 어정쩡하게 멈춰서버린 후타쿠치의 팔을 잡고 다시 차렷 자세로 돌려놓으며 장난 삼아 그를 멀리했다.

11일 전
글쓴닝겐
후타쿠치가 좁힌 거리만큼을 다시금 벌리고 아까와는 반대로 내가 후타쿠치의 손을 잡고 타이르듯한 말투로 담담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전했다.

"이게 우리의 평소인게 문제야."
"..."
"우리 싸우자고 사귀는 거 아니잖아."

11일 전
글쓴닝겐
"...야 나 너 좋아해...진짜 좋아한다고."

애써 밀려드는 떨림을 감추려 하는 네 목소리가 점점 건조함을 잃어갔다. 동시에 옅게 찌푸려지는 네 표정에 점점 습기가 차올랐다.

11일 전
글쓴닝겐
"고마워."
"그거 말고 그 말 말고 다른거 있잖아."

후타쿠치가 알면서 왜그러냐는 기색으로 내 앞에서 표정을 보란듯이 구겼다. 물론 네가 바라는 대답을 절대 모를 수가 없었음에도, 너무도 잘 알고 있음에도 나는 네 바람대로 따라 줄 수가 없었다.

11일 전
글쓴닝겐
왜냐면 너와 똑같은 크기로 돌려줄 수가 없는 걸. 아무래도 나는 네가 주는 사랑만큼을 되돌려주지 못 할 것 같다.

네 사랑을 주는대로 먹기만 해서 기어코 덩치를 무섭게 부풀린 나에게는 더 짙은 사랑을 받을 공간도, 더 큰 사랑을 내어줄 틈도 더는 없는 것 같아.

그렇다고 스스로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이 사랑을 주고 받는다면 언젠간 너도, 나도 깨져버리고 마니까.

11일 전
글쓴닝겐
"나 너한테 잘못 많이 했다, 그치."
"아...진짜....."

내가 미안해 다음으로 자주 했던 그 말을 해주지 않을 것을 금방 알아차린 후타쿠치가 결국 고개를 돌리고 숙였다를 연달아 반복한다.

기어이 나로부터 전해진 우리의 끝이 후타쿠치의 눈물샘을 건드린 것이다.

11일 전
글쓴닝겐
그리고 머지않아 내 손 위로 똑 눈물 한방울이 떨어졌다. 몸을 부들거리며 입술을 세게 깨물고 있던 후타쿠치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내 손을 일순 밀어 뿌리치고는 저 두 손바닥으로 눈가를 거칠게 문질러 무언가를 훔쳐냈다.

"....아 몰라 그'딴거."

코가 조금 맹맹해진 목소리로 익숙하게 투덜거리더니 아까와는 달리 축축해진 손으로 내 손을 간절하게도 붙잡았다.

11일 전
글쓴닝겐
처음으로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것이 창피한 모양인지 후타쿠치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로 아랫입술을 짓씹으며 내 손을 꼭 부여잡고 작게 훌쩍거렸다.

동정과 애틋함을 필두로 둔 별별 감정들이 뒤죽박죽 섞여 당장이라도 후타쿠치를 진정시켜 주고 싶었지만 나는 최대한으로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지금이 후타쿠치에겐 끝을 준비할 시간이기에.

11일 전
글쓴닝겐
내 두 손을 가벼이 한 손으로 움켜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축축한 눈가를 짓이길듯이 거세게 문지르고서야 후타쿠치는 고개를 들었다.

"와....진짜 쪽'팔리네."

두 눈으로 보여진 후타쿠치의 눈코입이 빨갰다.

더는 갈 곳이 존재하지 않은 막바지가 되어서야 나뿐만 아니라 너도,

우리는 그렇게 끈질겼던 자존심을 내려놓은 것 이다.

11일 전
닝겐1
하 너무 재미써요....)
11일 전
글쓴닝겐
자조적인 헛웃음 뒤로 후타쿠치가 숨을 한번 크게 내뱉었다. 잠시간 내게 옆태만을 보이고 입술을 말아넣고 있던 후타쿠치가 다시 나와 마주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기어코 끝을 내고야 마는 네가 너무 미워 죽겠지만, 사랑해 마지 않는 너라서.
그 끝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게 나라서.

11일 전
글쓴닝겐
한껏 북받쳐 올랐던 후타쿠치의 감정들은 아까보단 수그러들었지만 그래도 나를 향한 미움과 애정은 여전했다.

소리없는 네 날 것의 감정들이 내게서 내 사랑을, 우리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지만 난 작은 조각조차도 쉬이 내어줄 수가 없었다.

11일 전
글쓴닝겐
이 못나고 퇴색된 사랑을 네게 어떻게 주겠어.

이건 나만 가지고 있어야겠다. 미련이라는 이름이 보이지 않게 말이다.

아, 이제는 정말 말을 꺼내도 될 것 같았다.

11일 전
글쓴닝겐
"후타쿠치."
"..."
"켄지."
"..."

앞으로 다시는 부르지 않을,
지겹도록 사랑했던,
네 이름을 소중히 입에 담아 불렀다.

다른 어느때보다 다정함으로 가득 싸여진 자신의 이름을 들으며 후타쿠치는 또 차오르는 눈물을 참아내기 위해 서서히 인상을 구겼다.

11일 전
글쓴닝겐
"고마웠어."
".....마지막이야."
"또 행복했어. 세상에서 제일."
".....나 다신 먼저 안 잡을거라고."

후타쿠치가 간신히 시야를 가리는 눈물을 삼켜내고 나를 또렷함을 넘어 사나울 정도로 흔들림 없이 응시했다.

11일 전
글쓴닝겐
누가봐도 삐친듯한 뚱한 표정의 후타쿠치가 우리의 해로운 기억을 미화시키는 게 위험했다.

또한 이렇게 겪어보니 알겠다.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너는 전혀 못나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가슴이 저릿해질 정도로 애틋해진다는 것을.

11일 전
글쓴닝겐
네 눈의 나도 그러할까?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바라봐줄까?

자존심을 내려놓는다는 건 밑천을 내보이는 것과 같으며, 우리 서로가 줄 수 있는 걸 다 내어줬다는 것과도 다름 없었다.

그래서 두려웠다.

11일 전
글쓴닝겐
보잘 것 없고 볼품없는 내게 남은 건 너 하나 뿐이라서,

난 너 밖에 줄게 없는데.

너까지 이렇게 주면 난 어떻게 살지?

11일 전
글쓴닝겐
후타쿠치가 더는 말을 잇지 않고 자기를 가만히 눈에 담기만 하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를 나보다 더 빠삭하게 알고 있는 눈치빠른 후타쿠치는 또 금세 알아차려버린다.

부실공사가 탄로나기 직전인 내게 망설임이 찾아왔다는 것을.

11일 전
글쓴닝겐
후타쿠치는 그런 망설임을 놓치지 않고 끄집어 내려했다.

"잡을거면 지금 잡아."
"..."
"내가 너한테 얼마나 면역이 됐는데."
"..."

내가 제지 할 새도 없이 빠르게 한 발자국 다가온 후타쿠치가 나를 가까이서 내려다보며 코웃음을 쳤다.

11일 전
글쓴닝겐
"자그마치 4년을 사귀었는데 이런 걸로 상처? 뭐 실망? 그런거 안 받지."

느슨해진 내 목도리를 다시 고쳐매주며 후타쿠치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말투로 덤덤히도 나를 뒤흔들었다.

11일 전
글쓴닝겐
이미 따뜻하고 꼼꼼하게 둘러진 목도리에서 손을 떼지 않던 후타쿠치가 양 목도리 끝을 잡고 은근슬쩍 자신쪽으로 잡아당겼다.

"좀 알아라, 어?"

11일 전
글쓴닝겐
저항없이 끌려간 내 이마에 일부러 콩 소리 나게 때리듯 자신의 이마를 힘주어 맞대고선 후타쿠치가 가볍기만 한 장난스런 말투로 버겁도록 무거운 진심을 전했다.

"내가 너 호구같이 좋아하는 것 좀 알라고."

그 말에 나는 까먹었던 사실을 불필요하게 기억해냈다.

11일 전
글쓴닝겐
코끝이 닿을락 말락 할 거리에서 마주한 네 표정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나에 대한 불확실함이 공존했다.

"..."
"..."

밤이 깊어질수록 바깥 찬기는 심해지고 서로에게 잘 보이겠다는 욕심으로 영하의 온도에도 코트 하나만 걸친 우리는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누구 하나 먼저 물러서지 않았다.

11일 전
닝겐1
켄지 좋아서 울고싶어.......)
11일 전
글쓴닝겐
목도리를 놓아버리면 내가 바로 멀어지기라도 할까 덩치와는 맞지 않게 잔뜩 소심해진 후타쿠치는 점점 매서워지는 추위에도 바보같이 손을 코트 주머니 속에 집어 넣지 않았다.

찬바람보다 더 차갑게 느껴지는 네 손이 그리 말해주었다. 거봐라, 나 진짜 호구 맞다니까.

네 손과 내 뺨 사이의 자그만 목도리 털실이 애처롭게 없다시피 할 정도의 미약한 온기를 지켜주고 있었다.

11일 전
글쓴닝겐
괜찮다는 말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알쏭달쏭한 말인 것 같다. 너를 좋아하는 동시에 너를 힘들어하는 지금 나의 상황에 딱 필요한, 애매모호한 어느 중간의 말.

네게 상처주기는 싫으면서 널 떼어놓으려는.

그렇게 그동안 모질게 대했으면서 마지막 네 기억에서는 나쁜 구여친은 되고 싶지 않은.

11일 전
글쓴닝겐
"괜찮아."
"....."
"괜찮아 질 거야."

이기적인 회피를 지닌 나에게 안성맞춤인 말이다.

11일 전
글쓴닝겐
찬바람 탓에 까슬까슬해진 후타쿠치의 손등위로 손바닥을 맞대고 그대로 겹쳐 잡았다.

나때문에 추위에 괴로워했던 네 손을 이제는 따뜻한 코트 속으로 데려다 줘야겠다.

어떤 반발 없이 내가 이끄는 대로 후타쿠치는 움직였다.

포기와 체념은 후타쿠치를 무력하게 만들기 때문에.

11일 전
글쓴닝겐
수도 없이 얽고 맞잡았던 네 손을 천천히 내게서 떼어내고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았다.

나의 너에서, 너의 너로.
너의 나에서, 나의 나로.

우리 다시 돌아가자.

11일 전
글쓴닝겐
"..."
"지금 순간만 안 괜찮은 거야."

군말 없이 내 말을 듣고, 내 행동을 따른 후타쿠치의 눈빛이 서서히 공허해지는 게 보였다.

사람들로 북적였던 거리가 한산해진 걸 보니 아마 크리스마스가 끝나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우리를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추억과 미래의 설렘이 찾아오고, 동시에 우리에게는 단절의 마침표가 찾아왔다.

11일 전
글쓴닝겐
너도, 나도 이제는 잡으려는 의지조차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다.

늘상 그랬던 것 처럼 싸우고 지지고 볶고를 반복하며 울고 웃어야 했던 우리의 네번째 크리스마스와 함께 여러번의 무너질 위기에도 어찌저찌 잘 버텨왔던 우리의 사년도 결국은 이렇게 끝이 나고야 만다.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만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별안간 후타쿠치가 입술을 열었다.

11일 전
글쓴닝겐
"...아니."
"..."
"평생 안 괜찮을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져."
"시간은 나이만 먹게 하지. 나한테 별 쓰잘데기도 없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앓고 있던 감정을 모두 쏟아내려는 듯 후타쿠치의 말투가 점점 격양되어간다. 그러다 하려던 말을 눈물과 함께 간신히 삼켜내는 것이, 공허하다 생각했던 저 눈이 실은 뿌연 눈물에 가려져 있었다는 것이, 애써 짓누른 마음에 온갖 통증이 들게 만들었다.

11일 전
글쓴닝겐
"...우리,"
"알아 알겠으니까 진짜 그만 좀 하라고...."
"..."

한번 들으면 기억의 뇌리에 박힐 수 밖에 없는 직설적인 단어를 꼭 고하려는 나의 자비없는 매정함에 콧대 높던 자존심도 다 버리고 후타쿠치는 표정을 일그리며 결국 쓰러지듯이 내게로 넘어져서 그대로 안겨왔다.

11일 전
글쓴닝겐
내 어깨 위에서 눈물에 허덕이는 너를 도무지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안간힘을 다해 너를 꼭 안아주고픈 이기심을 참아내고 나를 안는 너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후타쿠치는 넘쳐흐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떨리는 두 팔로 나를 숨막힐듯이 꽉 껴안았다.

어깨만으로는 온기가 부족한지 내 품을 더 파고들고 바로 귀 아래까지 안겨오는 후타쿠치가 포근한 목도리 속에 얼굴을 묻은 채로 끅끅거리며 흐느껴 울었다.

11일 전
글쓴닝겐
우리의 희노애락이 담긴 4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차라리 우리가 애초부터 만나지 않았으면, 엮이지 않았으면.

참담한 비극과 무자비한 감정소모로 이렇게까지 힘들어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나로인해 아팠을, 나때문에 추웠을 네게 참으로 미안했다.

11일 전
글쓴닝겐
"그만 헤어지자."
"..."
"이렇게 놓는게 맞는 거야."

건조하기 그'지없는 한겨울에 느닷없이 장마가 찾아왔다.

후타쿠치의 쏟아져내리는 눈물로 인해 메마른 내 감정의 땅이 젖어들어갔다.

11일 전
글쓴닝겐
후타쿠치는 그러자는 대답 대신 작게 어깨를 들먹거리며 우는 것으로 내 이별을 받아들였다.

버젓이 앞에 서있는 나를 찾으려하고, 품에 안겨 있는 내게 닿으려 하는 후타쿠치의 애달픔이 속속들이 느껴졌다.

11일 전
글쓴닝겐
별 하나 없는 짙푸른 하늘 아래, 이제 더는 우리에게 같은 온기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를 따뜻하게 이어주던 목도리와 단단하게 결속되게 했던 반지는 차갑다 못 해 시려오는 겨울 바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결국 항복을 선언했다.

11일 전
글쓴닝겐
— 그렇게 우리의 사년은 결말을 맞이하고,
더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 했다.

11일 전
글쓴닝겐

11일 전
글쓴닝겐
현생 조땟...큐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 무튼 열심히 퇴고했네요...ㅎㅏㅏ..재밌게 봐준 닝에게 너무 감사드립니다~!💕😽 글잡에서 나름 재밌게 썼던 옛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네요ㅎㅅㅎ 이만 떠나겠습니다! 🙇‍♀️ 아디오스~💫
11일 전
닝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낮부터 이 글 완결 읽고 눈물 흘리는 여자가 되. 하 너무 슬프다.... 어쩔 수 없는 걸 알지만 엉엉 새드는 너무 슬퍼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센세...🥹❤️
10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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