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ADD 진단 받고 메틸페니데이트 5mg짜리
하루에 두 번, 네 시간마다 한 알씩 먹은지
약 2주 정도 됐어
이게 사실 미국에서 진단 받은 거라
다음 병원 상담일은 약 3주 뒤로 잡혀 있거든
그러다보니 지금 겪고 있는 내 문제에 대해
바로 얘길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해서
여기 익인이들도 나와 같은 증상을 겪은 적 있는지
공유 받고 싶어서 글 쓰게 됐어
참고로 나는
메틸페니데이트(한국에선 콘서타라고들 하더라)
복용 후 딱 이틀만 효과보고
그 이후부턴 전체적으로 복용 전이랑 비슷한 상태야
여기서 하나 다른 게 있다면
과집중? 이라구 해야 하나
과집중 상태가 좀 심하게 나타나는 거 같기도 해
진단 받기 전엔
사방으로 주의가 분산되고 잡념이 미친듯이 많아져서
한 가지에 집중을 전혀 못했던 게 문제였으면
지금은 약 먹은 덕분인지 업무적으로든 일상적인 거든
한 가지를 집중해서 할 수는 있게 됐거든?
근데 집중하고 있으면 그 외의 것들은 아예 인지가 안 돼
눈으로도 안 보이고 귀로도 안 들려
그렇다고 집중하는 동안
머리가 빠릿빠릿 돌아가는 거도 아니고 좀 멍한 상태로
진짜 내 주변 상황을 정말 아무것도 인지를 못 해
어느 정도냐면…
예를 들어볼게
내가 친구랑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있는 상황이야
약 복용 전에는
친구의 말소리는 하물며
가게 음악 소리,
테이블마다 들리는 사람들 개개인의 말소리,
식기 부딪히는 소리, 음식 먹는 소리,
가게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가게 밖에서 들리는 차 소음,
서빙하는 사람들 소통하는 거, 계산하는 소리 등등
머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몰아치듯 들리고
주의가 여기 튀었다 저기 튀었다 했었어
그러다보니 나는 상대의 말소리도 잘 못 듣고
밥 먹는 것도 집중하기가 힘들고
내가 뭔 말을 하다가도 까먹고 그랬거든
근데 약 복용 후에는
나를 괴롭혔던 십수 가지의 주변 환경소음들이
두 가지 정도로 확 줄어서
상대와의 식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긴 했는데
문제는 그 외의 것들은 아예 인지가 안돼
내가 밥을 먹는데 집중하고 있으면
상대의 말소리가 아예 안들리고
상대의 말소리에 집중해서 밥을 먹으면
식당 직원이 나한테 와서 말하는 소리도 못 듣고
내가 숟가락으로 밥 퍼먹다가
이전에 내려놨던 젓가락을 실수로 떨어뜨려도
젓가락이 떨어졌는지 인지도 못해서 친구가 알려줘야 알아
근데 웃긴 건 그렇게 나름대로
상대와의 식사 자리에만 집중했다고 해서
상대와의 대화를 기억하는 거도 아냐
3분 전에 말한 상대 말을 금방 잊어먹고
처음 들은 것마냥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게 돼
마치 집중을 할 수 있게 되긴 했는데
그 집중력의 퀄리티가
굉장히 떨어지는 느낌이라구 해야 하나?
이게 과집중 상태라고 해야 맞는 건진 모르겠는데
ADHD/ADD로 약 복용하는 익들도
다들 이런 적이 있었는지 궁금해
내 처방약이 나랑 안맞는 건지
아니면 내가 사실 adhd가 아닌데
잘못된 약을 처방 받아서 생긴 부작용인 건지
아님 이런 집중 상태가 사실 일반적이고 정상 범주인 건데
약 복용하고 생전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라
내가 컨트롤을 못하는 건지
별별 생각이 다 들고 분간이 안 가네ㅠㅠ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