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평오라는 말이 있다. '국민 평균은 수능 5등급'이란 뜻으로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우리가ㅡ여기서 우리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ㅡ기대하는 것에 미치지 못함을 되새기듯 일깨우려 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그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조용히 묵묵히 자기가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와중에도 종종 일부 자극을 추구하는 인플루언서들에 의해서 그런 말ㅡ국평오ㅡ로 불려 소환되는 것이 씁쓸할 뿐....
여기 어느 74년생 호랑이 띠 여성의 인생서사가 담긴 한 편의 인터넷 익명 글이 있다. 기본적인 맞춤법이나 어법 등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결코 잘 쓰였다고 보기 힘든 이 글은 나무위키나 인터넷 아카이브에 박제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제껏 익명을 기반으로한 인터넷 전반에서조차 듣기 힘들었던 날 것의 절규다. 그는 무슨 이유로 자신의 삶을 그리 잔인하리만치 낱낱이 드러내야만 했을까...
물론 이 글을 암과 관련해서 최고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갖춘 삼성서울의 바이럴로 볼 수도 있겠다. 마지막 부분이 다른 사람이 쓴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 때문이다.
적어도 내 상상 속에서는 이렇다. 실제 어떤 74년생 호랑이 띠 여성이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자신의 인생 서사를 인터넷에 비장한 절규로 외쳤다.
그리고 그녀는 그리도 바라던 안식을 얻었다.
그리고 이 글이 삼성의 인터넷 여론을 담당하는 팀의 눈에 띄었다. 74년생 어머니를 둔 그 귀하고 귀하다는 인터넷 여론팀의 여성 직원 김나연씨ㅡ가명이며, 상고출신이다ㅡ는 삼성서울이란 키워드를 넣어 이 글을 완성하고 팀장에게 결제를 받으려 한다. 그러나 어지간한 모든 기업들/조직의 여론팀에서 페미니즘은 금기사항이며 그건 지금도 그렇다. 이 글에는 한국에서 태어난 여성이라서 품게 되는 한이 너무 많이 묘사되어있다. 나연씨는 결국 울었다. 결재가 반려되자 사무실에서 엉덩이를 깔고 앉아 엉엉 울어버렸던 것이다. 나연씨가 그 끝을 완성한 어떤 74년생 호랭이 띠 여자의 일생>은 그녀가 바라는 자신의 회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나연씨의 어머니 같은 그런 74년생 호랑이 띠 여성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주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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