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집에 얹혀사는 바퀴벌레 ㄱ씨는 사람이 되었다. 쑥과 마늘을 먹은 건 아니다. 눈 떠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나체로 일어난 그에게 A씨는 말했다. "좋은 인적자원이 하나 생겼구만."
그리고 일을 하나 맡겼는데, 바로 옆집에 사는 남자 B씨를 죽이는 것이었다.
ㄱ씨는 사람이 되어 빨라진 머리로 생각했다. '참외먹고 싶다.' 바퀴벌레의 본능은 그가 사람이 되어도 그대로라, 그는 먹을 것에 크게 반응했다.
A씨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B씨를 죽이면 떡볶이를 주겠다고 했다. 만 오천원 짜리 배달 떡볶이. 사람 목숨 값으로는 적당한 값이라고, A씨는 생각했다.
B씨는 A씨와 다툼이 있던 사람이었다. 백수 A씨는 음식물 쓰레기를 월요일 저녁에 내놓곤 했는데, B씨의 비닐에 아무렇게나 쑤셔넣기 일쑤라 B씨가 삿대질을 한 것이다.
A씨는 '손 좀 봐줘야겠는 걸.' 이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ㄱ씨(바퀴벌레가 어떻게 사람이 됐는지는 몰라도)를 이용해서 살인을 저지르면 딱이었다.
A씨는 계획을 설명했다. 베란다로 몰래 잡입해, 창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일단 ㄱ씨가 베란다라는 말도 이해를 못했다) A씨는 다시 설명했다. 손가락으로 천천히 가리키며.
"저기로, 간 다음, 유리를, 부수어서-"
ㄱ씨는 배가 불쑥 나온 A씨의 몸을 멍한 눈길로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A씨는 이마를 친 다음 "일단 떡볶이부터 먹고 생각하자." 라고 중얼거렸다.
배달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현관문 앞에 놓인 떡볶이를 A씨는 그릇에 덜었다. 그리고 역겨운 걸 보는 표정으로 (반쯤 맞긴 했다) 일회용 접시를 덜어 바닥의 ㄱ씨에게 주었다.
떡볶이를 덜자 ㄱ씨는 입으로 날카롭게 떡을 베어먹기 시작했다. 국물이 입으로, 목으로, 가슴으로 튀었다.
A씨는 인상을 찡그리며 떡볶이를 먹었다. 치즈가 싹싹 배어있는 떡볶이를 휘감아 입으로 넣으니 사르르 녹는 듯했다. 그때였다. 물을 가지러 일어선 A씨가 떡볶이를 자신의 몸에 완전히 쏟은 것이다.
A씨는 욕을 내뱉었다.
동시에 그 순간 ㄱ씨는 A씨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재빠르게 몸을 한 입 두 입 날카롭게 베어물기 시작했다. 국물이 튀긴 손가락부터, 손마디, 팔, 어깨까지 차례로 물기 시작했다. 우드득우드득 씹어먹기도 했다.
A씨는 비명을 지르면서 달아나려고 했지만 ㄱ씨가 그를 내리누르고 아그작아그작 씹기 시작했다. 뼈와 근육과 힘줄이 이에 맞부딪히면서 까득거렸다. 몸이 차례대로 씹히기 시작했다. A씨는 크게, 크게 비명을 질렀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날 바퀴벌레는 킬러가 되었다.
얹혀사는 주인을 먹는.
그리고 모두가 행복해졌다- ㄱ씨는 맛있는 걸 듬뿍 먹었고, B씨는 평화로웠고, A씨는-
음. 아마도 행복하겠지. 저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