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시작하는 날 옆에 앉은 남자애가 먼저 말걸어줬었는데 딱 봐도 엄청 인싸 스타일 같았어 강의실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인사하고 그래서 나같이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말 잘 걸어주네 하고 기뻤음
그때 꽤 오래 만나던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사친 문제에서는 늘 신뢰주기도 했고 전애인도 이렇게 꼭 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해줘서 친하게 지내는 거 신경 안 쓰더라고 남자애들이랑만 다니는 애라서 걔의 친구들이랑은 딱히 못 친해지고 걔랑만 겨우 친해진 거라 겹친구가 아예 없어
그땐 친구한테 처음부터 애인 있다고 말했어서 단 둘이 놀거나 그런 적은 따로 없었고 그냥 가끔 강의실에서 같이 앉고 연락은 학교 수업이나 과제 관련해서 자주 하게 되면서 사담도 종종 나누긴 했지만 전 애인도 옆에서 같이 내용 볼 정도로 별 얘긴 없었어
그러다 전 애인이랑은 저번 학기에 헤어졌고 저번 학기에 내가 친구한테 중요한 과제 관련으로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었어 걔한테는 누구한테나 해줄 수 있는 별거 아닌 일이었지만 걔가 복전과생활의 유일한 동아줄인 나한테는 정말 큰 도움이었던 그런 일이었음..
사실 그때는 학기 막바지에 진짜 정신없고 그럴 때였어서 말로만 고맙다고 하고 잊고 있었는데 종강하고 성적 뜬 거 보고 걔 아니었으면 이 성적 못 받았겠다 싶어서 개강하면 밥 한 번 사야겠다고 생각했었어
그러다 이번에 개강하고 처음 본 날 오랜만이라고 서로 인사하고 나서 내가 친구한테 야 조만간 밥 먹자 내가 살게~ 이랬었거든
복전과 수업하는 강의실 안이었어서 전에 과제 도와준 거 고마웠다 이런 말은 혹시 몰라서 굳이 안 했고 그 친구도 내가 밥 사주겠다고 하는 이유를 당연히 알 거라 생각했어 이유를 모르면 갑자기 밥을 왜 사줘? 이렇게 물어보거나 하는 게 보통이잖아
그리고 개강 직후에는 둘 다 바빠서 날을 계속 못 잡았는데 뭔가 걔한테 평소보다 디엠이 자주 왔어 스토리도 자주 올리진 않았지만 올리는 족족 답장 오고.. 내용 자체는 매번 별거 아닌 것들이었어서 별 생각 없었음
그러다가 이번 주에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진짜 별거 없었거든? 학교 앞 시끄럽고 평범한 프차 식당에서 술 없이 밥만 먹으면서 학교생활 얘기하고 공부 얘기하고 잡담하고 그러다 헤어짐
당시에는 별 생각 없었는데 그때 내가 계산하려고 하니까 걔가 갑자기 자기가 사겠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왜?? 내가 사기로 한 거잖아 이러고 계산했거든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친구는 내가 과제 도와줬던 때문에 산다고 한 거란 생각을 못 했던 듯해..
그리고 그날 밤 갑자기 걔한테 처음으로 카톡이 옴 지금까지는 계속 디엠으로만 연락해왔거든 문제는 카톡 내용이 너가 먼저 밥 먹자고 한 거 처음이라 나 솔직히 좀 놀랐었다..ㅋㅋㅋ 또 둘이 놀자. 다음엔 내가 사게 해줘 뭐 이런 내용이었고
이게 뉘앙스가 애매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평소에 하던 디엠에서의 대화랑은 말투며 그런 게 너무 다른 느낌이고.. 우리 과에서 제일 친한 동기들(복전과랑 전혀 연결고리 없음)도 내용 보고 백퍼 오해한 거 맞네 큰일났다.. 이럴 정도였어
내가 지금 새로 만나는 사람이 있단 말야 그것도 만난 지 얼마 안 된.. 나는 친구도 당연히 알 거라 생각했던 게 친구도 애인도 둘 다 인스타 엄청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 내가 인스타에 애인이 올린 스토리 공유를 자주 했었어
내가 먼저 애인을 태그해서 올린 적은 없지만 애인이 올린 스토리 공유한 건 지금까지 못 해도 최소 10번은 넘을 거고 그 작은 네모?로 올려서 애인 프사랑 아이디도 다 떴어
누가 봐도 남자사진인 프사고 내가 애인이 아닌 이성이랑 단 둘이 노는 스토리를 올리는 편도 아니라 초반 몇 개 올릴 때까지는 친구들한테 뭐야 누구야 남자 생겼냐 이런 스토리 답장도 계속 왔을 정도로 난 많이 티냈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걔도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했나 봐.. 내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 같은데 친구 입장에서는 아닌 걸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친구 본인은 사친이랑 노는 스토리 아무렇지 않게 자주 올리는 편이기도 하고.. 전애인이랑 만날 때는 걔가 인스타 열심히 하는 편이 아니라 내가 주로 스토리를 올렸었는데 그때는 하트 이모티콘 같은 것도 자주 붙이고 했었고 지금은 딱히 코멘트 없이 스토리 공유만 해서.. 현애인을 그냥 친한 사친 정도로 생각한 거 같기도 해
그냥 나 애인 있어 하고 끝내면 되는 일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게 막 대놓고 뭐가 있었던 거면 몰라도 저 카톡 하나가 다인데 뜬금없이 철벽치기도 애매한 내용이고
사실 그것보다는 친구가 이미 오해해버린 상황에서 애인 있었던 걸 얘기했다가 전 같은 사이로 못 돌아가면 복전과 생활이 너무 걱정돼..
성적 진짜 열심히 챙기려고 하고 있는데 결속력 강한 과라 얘 아니면 진짜 도움받을 데가 없거든.. 이기적이라고 느껴질 거 알고 나도 마음 너무 불편했어 욕해도 돼ㅜㅜ..
친구들은 아무래도 내 편 들어주고 싶어 해서 그런지 어차피 겹친구도 없는데 그냥 굳이 얘기하거나 뭘 하려고 하지 말고 단 둘이 만나는 약속만 피하면서 적당히 관계 이어나가라고 하더라고
그러다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 남소받기로 했다 이런 얘기 슬쩍 꺼내면서 알아서 맘 접게 하라는 식으로 조언해줬는데 정말 그래도 될까..
다들 이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