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그만두려고 하는데 책임감 없는 걸까?

글이 길어서 미리 양해 구할게..

원래 1년 장기 알바인데 10월 달까지만 일하기로 마음먹어서 내일 아니면 모레 말씀드리려고 하거든. 근데 모레는 공휴일이라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내일 말씀드릴 생각이야. 그만두려는 이유는 알바 업종이 나랑 안맞는 것 같아서고. 내가 반년 정도 일했는데 그에 비해 손이 엄청 느리거든. 원래 이 정도 나가면 숙달되서 빠르게 해야하잖아. 평소에 바쁘지 않을때는 상관없는데 손님이 많이 오는 날이면 주문 받고 음료 만들기도 벅차서 내 몫을 다 못 끝내. 그러면 같이 일하는 알바생이 자기 일+내 일까지 하게 되니까 내가 너무 민폐같은 거야..

오늘도 알바갔는데 너무 바빠서 평소에 안하던 실수를 2개나 했거든. 게다가 위에 적은대로 내가 너무 느리니까 내가 해야할 일 대부분을 사장님이 하셨어.. 근데 사장님이 화도 안내시고 오히려 빨리 일하는 비법 같은 거 알려주시면서 조언해주시는데 내가 너무 자괴감 드는 거야. 나는 내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사장님은 같이 으쌰으쌰 해보자고 하시니까.. 나 내일 그만두고 싶다고 말씀드리면 붙잡으시려나 고민도 되고, 그러면 뭐라고 말씀드러야 할지 막막하고. 평소에도 엄청 잘해주시고, 괜찮다고 다독여주셨는데. 사장님 입장에서는 잘해줬는데 기간도 못채우고 책임감 없이 그만둔 내가 아니꼽게 보이려나?

[익인1]

1년 약속하고 들어가서 안채우고 그만둔다고 해버리면 사장 입장에서 좀 허탈하긴해 혼내시지도 않고 으쌰으쌰 하자고 응원하기까지 했는데..

[글쓴이]

차라리 화를 내거나 짜증을 냈으면 죄책감이 덜 들었을 것 같거든. 근데 너무 좋은 분이셔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고 죄송해.. 한편으로는 나 같은 알바생 말고 일 잘하는 알바생 새로 뽑아서 같이 하시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 내가 자원봉사 하는 것도 아니고 돈 받아서 하는데 다른 사람이 내 몫까지 하고 있으니까..

[익인1]

근데 그것도 사장님이 판단하는거지.. 안고가기 도저히 힘들다 싶으면 먼저 그만두라고 권유하거나 화를 내시겠지 근데 그거 아님 그냥 버티는거 추천(단지 미안하다는 이유뿐이면
그냥 너가 이 핑계 삼아서 그만두고 싶은거면 그만두고)
사장님 입장에선 새로 뽑아서 또 교육하고 적응 시키는거보다 그래도 반년한 일 못하는 알바생 가르치면서 데리고 있는게 낫거든

[글쓴이]

사실 너무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서 하소연 글을 적었는데 뭐가 가장 나은 선택일지 모르겠어.. 뭐가 됐든 판단은 내가 해야하는 건데 너무 어렵네..ㅜㅜ 암튼 댓글 길게 적어줘서 고마워..

[익인2]

폐가 되는 거 같아서 그만두는 거면 책임감이 없다곤 생각 안 들어ㅜ그렇지만 사장님이 너무 좋으신 분 같은데 그런 사람 만나는게 의외로 쉽지가 않아. 정말 아니었으면 사장님이 이미 나가라고 했을 거 같은데 응원까지 해주는거면 사장님은 너가 나가기보다 그냥 있는게 나으신걸 텐데 나같으면 자괴감 같은 거 가지지 말고 그냥 뇌 비우고 일 할 것 같아.

[글쓴이]

그러니까.. 다른 글들보면 성격 안좋은 사장님도 많은데 우리 사장님은 진짜 성격 좋으시거든. 근데 다른 알바생 입장에서 봤을 때 똑같은 시급을 받고 일하는 데 내가 쟤 몫까지 대신하면 억울하지 않을까 싶어. 심지어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다 착하시거든.. 그래서 돌려서 조심스럽게 말해주시는데 결론은 ’내가 너무 느리다. 더 속도를 내주셔야 한다.‘ 이 뜻인데 내가 지금 하고있는 속도 이상으로 더 빠르게 안돼..ㅜ

[익인2]

내가 쓰니랑 일을 해보진 않아서 정확하게 말을 못하겠지만 그냥 글에서 느껴지는 걸로 추측만 해보자면 글만봐도 남을 먼저 생각하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나 사장 입장에서 그냥 그 정도의 상식인을 만나는것도 의외로 쉽지 않아.내가 사장이라면 새로 뽑은 사람이 정상 아닐 경우의 확률을 선택하느니 그냥 손 느려도 정상인을 데려갈 거 같은데 이건 나도 사장님이 아니니까 추측만 해본거고. 우선은 그만두겠다 마음을 먹었으면 사장님한테 먼저 이런 저런 이유로 관두고 싶다 말해 보는건 어때? 그때 사장님 반응이 그래 어쩔 수 없지면 관두는게 맞는거고, 그래도 있어줬으면 하는거면 미안한 마음보다는 그냥 내가 그래도 사장님께는 필요한 사람인거니까 민폐다 생각은 그만하고 다니는 게 맞는게 아닐까 싶어. 근데 이건 딴 얘기인데 지금은 너무 남을 배려하는 생각이 많은것 같아. 그러면 인생이 허들이 조금 높아지더라고. 나빠 보일지 몰라도 조금은 남들에게 어떤 피해가 갈까 보다 너에게 떨어지는 이득이나 네 마음을 중시하고 조금은 더 뻔뻔하고 자신감 있게 사는 연습을 해보는것도 필요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