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학년 때 학교 적응을 잘 못 했음. 코로나 학번이기도 하고 재수 끝나고 자기혐오가 심해서 1학년 때 동기들 몰래 반수했는데 실패함.
내가 학교 안 나오는 동안 동기들은 학생회나 동아리 하면서 잘 지내는 게 부럽기도 하고 나는 왜 분수에 안 맞는 곳을 노려서 만족이 안 될까 우울해하기도 했음.
2학년 때부터 정신 차리려 했는데 잘 안 됐음. 과가 대형 남초과라 여자애들이 별로 없는데, 가끔씩 소리소문 없이 휴학하는 여자애들, 아니면 반수하고 떠나는 여자애들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계속 수능 생각을 못 버렸던 것 같음.
그렇게 학점 계속 바닥을 기다가 3학년 때부터 완전히 단념하고 학교 생활에 집중했고, 과에 잘 적응해서 다니다가 이제 벌써 4-2임. 저학년 때 학점 망친 거 때문에 초과학기도 하고, 힉점도 꽉꽉 채워 듣느라 진짜 열심히 살고 있었음.
그러다 오늘 1학년 때 알던 동기가 반수한다는 걸 알게 됐음. 별로 안 친했던 동기라 학교 쭉 같이 다니면서도 마주칠 일 거의 없었고, 그냥 잘 지내겠지 싶어서 뭐하고 사나 몰랐는데 올해 기숙학원 들어가서 수능 치더라.
진짜 이유를 모르겠는데 울적해짐... 걔가 수능 치고 더 좋은 대학 가면 더 우울해질 거 같음...걔도 고학년이라 이렇게 3학년 마치고 수능 친다는 게 얼마나 큰 용기고 도전일까 싶어서 응원하고 싶은데, 내심 걔가 반수 실패해서 그대로 같은 과 동기로 남아 있으면 좋겠음...그 용기와 지원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너무 부럽기도 하고... 걔가 좋거나 나쁜 애도 아니고, 정말 안 친해서 사실상 모르는 사이라 봐도 되는 정돈데 걔의 선택에 내가 왜 영향을 받는지 정말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