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5차전. 그 누구보다 떨리는 눈빛을 경기를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마법사 군단의 ‘주장’ 박경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눈 속에 담았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선수단 미팅에서도 “고생했다” 다독였을 뿐이다. 박경수는 “미안하고, 뭉클하고, 그러면서도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끄덕였다.
KT의 2024시즌 발걸음이 멈췄다. 이날 1-4로 패했다.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마침표를 찍었다. 박경수에겐 ‘마지막’이라는 글자가 진하게 덧대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는다. 공교롭게도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한 LG의 홈구장, 잠실구장에서 끝을 맞이하게 됐다. 애써 참으려 해봐도 여러 감정이 북받치는 듯했다. 박경수는 “솔직히 이런 감정일 줄은 몰랐다. 아까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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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는 시간을 야구장에서 보냈다. 이제는 보내주려 한다. 특히 KT라는 팀은 박경수에게 오래오래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정말 KT를 사랑했다. 그 힘들다는 주장을 6번이나 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실 거라 믿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앞서 시즌 최종전서 왈칵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이날만큼은 참고 또 참았다. “너무 많이 울면 안 된다”고 괜스레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만이 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끝으로 박경수는 후배들에게 “정말 잘하고 있다. 지금껏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고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