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방 광역시에서 태어나서
지방에 있는 특목고를 나오고
지방에 있는 대학을 나와서
인구 70만 규모 지방에 있는 대기업 사업장에 발령받음
난 아이돌도 공연도 전시도 딱히 그렇게까지 안 좋아함
그래서 서울 살 일은 거의 없지
그치만 가끔 기분 전환용으로 놀러가거나
유명한 곳이 있다면 찾아가거나
컨퍼런스 학회 출장 등등
한두달에 한번씩은 서울에 갈 일이 생김
서울을 찾아갈 때면 항상 뭔지 모를 들뜸과 행복함이 있고
서울에 있으면 뭔지 모를 조금의 주눅이들고
그리고 서울을 갔다 오면 뭔지 모를 우울감과 박탈감에 휩싸이곤 해
이곳 지방에서 서울역 또는 고터까지 거리는 집에서 도어 투 도어로 대략 1시간 반~2시간 정도.
혼자 먹고살고 데이트하기엔 많은 월급과 저축 가능한 적당한 물가
출퇴근 시간 제외하면 쾌적한 교통
60만 규모 도시라 영화관,백화점 나름 필수적인 있을 것들은 다 있고
뭔가 더 필요하다면 40분 정도 운전을 해서 광역시로 가면 됨
지방에서 어딜 놀러가든 30분 이내 웨이팅으로 끝나고
취미생활의 많은 것들은 인터넷으로 즐길 수 있지
지방 생활에 딱히 불만은 없음
그치만 왜 이런 감정이 드는 걸까
생각해보면, 서울은 나를 너무 작은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어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며, 나는 철저하게 주류에서 벗어났다, 내 인생은 메인 스트림에 올라타지 못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누리는
멋있고 널찍하고 세련된데다 국가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까지 가진 각종 기관들의 건축물들
유명하고 언론에 자주 조명되는 '트렌디한' 다종다양한 장소의 즐거움들로 가득찬 번화가와 쉼터들
이런 번화가에만 나가면 티비에 나오는 유명인이나 연예인 한둘쯤은 볼 수 있는
내가 정상적인 인생경로를 밟는다면 가끔 서울에 놀러올 순 있어도
이곳에 절대로 집을 갖고 살거나 이곳에서 숨쉬듯 일상생활을 누리는 사람들의 일상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한 생활에 잠시 엑스트라로 참여할 수는 있어도
결과적으로는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의 연속극을 보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이런 밤이 오면
애인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내 열등감으로 밤에 한숨쉬고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