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때 내가 빠른이라 반 애들이랑 나이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인생이 꼬인건가 싶기도 해
어쩌다 반에서 담임이 우리반엔 생일이 1년이나 차이나는 친구들이 있다면서 날 콕 찝어서 얘기를 했어
그때부터 친하던 친구들도 안 친하던 반 애들도 다 나한테 나이 속이고 이름 불렀냐면서 언니 오빠라고 부르라고 강요를 하더라고
당연히 난 싫었어
고작 내가 한달 늦게 태어났을 뿐이고.. 또 내가 빠른으로 학교 다니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이 순간만큼은 이런 것들이 내 의지로 선택한게 아닌데 다 내 의지가 되었어
초딩 때 3년 내내 시달리다가 중학교를 갔어
근데 동네가 작아서 또 이 애들이랑 같은 학교를 가게 되어서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히 중학교에선 다른 초 친구들은 빠른 이런 걸로 친구다 아니다 하는 애들이 없었어
뭐.. 같은 초 나온 애들은 되도록이면 내가 피해다녔지
그러다 24살 지금까지 내 트라우마가 된 사건이 있는데 고등학생 때 였어
동네가 작으니까 고등학교도 초중 같이 나온 애들이 많이 갔지만
지금 친해진 친구들이나 다른 학교 출신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면 되겠다라고 생각했지
근데 다른 학교에서 온 친구가 학기 초부터 내가 빠른 년생인걸 알고 하루도 쉬지 않고 날 가만두지 않았어
언니라고 부르라고 강요, 나이 어린데 언니보다 먼저 밥 먹으면 되냐고 급식 항상 내가 먼저 받고 먹으라고 줄 서 있는데 새치기는 기본이고,
빠른 년생이면 너 얼마나 빨라? 뛰어보라면서 체육시간에 항상 그러고,
너 우리한텐 언니라고 안 부르고 남자애들한텐 어려보이려고 오빠라고 부르지 라면서 이상한 소리하고,
같은 반이었던 1,3학년 땐 나만 보면 빠른 빠른 언니 언니... 진짜 정신병 걸리는 줄 알았어..
근데 친했던 친구들도, 다른 애들도 다 .. 내가 쟤한테 하지 말라고 하면 솔직히.. 내 편 들어주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나만 이상한 애가 계속 되고 있더라고..
오히려 애들은 너 계속 빠른으로 살거면 너가 처신 잘해야 된다면서 일부러 나이 어리게 말하고 그러면 안된다면서
자꾸 나한테 그러더라..
그래서 대학 와서는 저런 애 한 명 또 있을 까봐 엄청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원래도 내가 내 입으로 빠른이라고 말은 안했지만 항상 나이 물어보면 년도만 말했었거든
근데 이쯤되면 나 자체에 사람이 문제인건지 대학 와서도 다른 빠른 년생인 동기한테는 안그러던데
나한테만 다들 빠른이니까 언니라 부르라하고 내 앞에서 대놓고 빠른 애들 이해 안 간다고 누군 1년 아끼고 누군 제 나이로 산다고 엄청 뭐라하더라..
또 남자 복학 선배들한테는 군대에선 빠른 취급도 안 해준다고 언제적 빠른이냐고 대놓고 꼽 먹고 그랬어..
그래서 평생 인간관계에서 난 저럴 것 같아서 혼자 지내고 기 죽어서 보냈는데
대학에서 만난 동기 언니랑 인턴하면서 만난 여자 선배분들은 나 빠른인거 상관없이 잘 챙겨주고 나랑 친하게 지내줘서 고맙더라
근데 아직은 새벽만 되면 자꾸 생각나고 꿈도 꿔서.. 좀 힘들어
또 남자 여자 상관없이 나랑 비슷한 나잇대 사람이랑은 지금까지도 간단한 스몰토크도 하기 어렵고..
새로운 사람 만나서 나이 물어보고 하는 상황이 젤 끔찍해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