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작하느라 초여름즈음부터 많이 바빠서 데이트 각잡고 하기 어려웠어 (졸작때문에 바빠지기 전에는 주에 2번 정도는 만나서 밥먹고 함)
졸작 바쁜거 이해하니 그냥 되는대로 학교 끝나면 내가 데리러가거나 카페 알바할때 가서 앉아있다가 끝나면 데려다주는 식으로 틈 나는 대로 얼굴 봤거든
이제 얼추 졸작때문에 바쁜거 마무리 된 상태고 둘 다 시간 비어갖고 간만에 퇴근하고 영화보고 밥먹기로 했어. 그런데 갑자기 한두시간 전에 어제 긴급회의 잡혔다고 우는 이모티콘 보내는거야.
당연히 기분 안좋았어. 데이트 하기 쉬운것도 아니라 간만에 잡은 약속이었고, 나도 몸 시원찮아서 더 예민하기도 했고, 또 이번 회의는 걔 졸작도 아니고 후배 작품 스탭으로 도와주는거였고, 어제 잡힌 회의인데 그때야 말하고.
말투에서 티났는지 회의 전에 우리집 오더니 한참 사과하더라 그래도 얼굴보니 기분 한결 좋아지긴했어.
애인이 회의는 끝났는데 다른사람한테 뭐 건네줄게 있다고 기다린다며 쉬는시간이라고 전화를 걸어왔거든
그때 산책 갈까말까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보고싶다고 자기가 빨리끝내고 같이하면 안되냐고 몇번을 말하는거야
그래서 거짓말하지말라고 하면서도 혹시나 진짜 빨리 끝날까봐, 괜히 걔랑 반대방향으로 산책 갔다가 시간 애매해질까봐 걔네 학교쪽으로 산책 갔는데 어제따라 그게 그렇게 현타오더라 산책하는 동안 걔는 연락 하나도 없고.. 난 걔 한번 볼 수 있을까 싶어서 멀쩡한 공원 두고 그냥 길거리나 걷고있고
결국 산책하는 내내 연락 한번 없다가 자정 다 되어서야 자냐고 말뿐이라 미안하다고 하는데 아 그냥 기분 묘하게 계속 다운되네
별 일 아닌건데 몇개월간 묘하게 나만 노력하는것같다는 서운함 조금씩 쌓이던게 터졌나봐 그냥 뭔가 평소엔 걔 생각만해도, 사진만 봐도 기분 좋았고 연락오면 마냥 좋았는데
조금 식은건지 화 난건지, 지금은 사진봐도 그냥 묘하고 연락와도 하나하나 신경쓰이고
미안하다는애 두고 괜찮다하며 속 안풀리는 나도 짜증나고, 사람 희망고문도 아니고 항상 한껏 기대시켰다가 맥풀리게 하는 걔도 짜증나고
바쁘다는데 이해 못하는 나도 짜증나고, 하다못해 시간 안될것같으면 바로 말하지 굳이 약속 한두시간에야 전하는 걔도 짜증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