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하려고.이제 막 회사에 취업했던 네가 회사 회식을 간다고 했을 때, 나는 단호하게 말려야했었나봐.
난 그 날 이후 네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도 짐작도 못하고 말이야. 사실 이건 내가 모질게 뱉은 말에 대한 합리화일지도 모르겠어.
그 날 연락이 두절되었던 너, 설상가상 핸드폰 전원 마저 꺼진 너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해야했을까? 다 같이 노래방을 갔는데 취해서 옆방에서 잠을 잤다는 너를, 나는 아 그랬어? 그럴 수 있지.하고
단순하게 넘어가야 했을지도. 하지만 난 결혼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모진 말을 뱉었잖아.
그리고 일주일 뒤에 친구와 술자리에서 바로 같은 일을 반복하는 너에게 헤어짐을 말했어. 근데, 그때는 참 후회스럽지도, 미련이 없기도, 정 때문에 만나는거면 빨리 헤어지는게 낫다는 말도.
네 입에서 헤어지자라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내 감정이 앞선 당연한 말이었는데.
막상 네 입에서 헤어지는게 맞다. 라며, 다른 사람에게 설레는 연애 감정을 느꼈다고 말하는 너에게.
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며, 설레는 감정은 잠시 스치는 바람이라고, 붙잡는 나에게 단호하게 이것도 바람이라며 안녕을 고했던 너에게.
나는 있잖아.
아직도 우리의 끝을 먼저 내가 말했다는 게 마음이 너무 아파. 그리고 후회스러워.
어쩌면, 내가 텅 비어가던 네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 하고 상처를 깊게 내어버린건 아닐까 하고말이야.
나는 아직 너를 그리워하는 것 같아.
헤어지고 이주 되던 날, 내가 그랬잖아. 그 시절의 내가 그리운건지, 네가 그리운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이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난 그 시절 나와 함께 해주던 네가 그리워.
짧으면 짧고, 길면 길었던 너를 만났던 시간이, 내 20대의 절반이. 나에게 이렇듯 너에게도 좋은 기억이 되었을까?
기억은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나빴던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다시 덮어지고, 좋은 기억은 나쁜 기억으로 덮어진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억이 남으면, 그건 추억이 되는거래.
나와 함께 했던 지난 세월이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나도 너도.
바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