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르신이 백스트릿멤버였을 때 얘 보려고 아침마다 운동가는 길에 들렀는데 아침 일찍 나가면 대부분 어르신들이 산책이나 자전거 타고 나왔거든
그중에 자전거 탄 할저씨가 지나갈 때마다 니 부모나 그렇게 봉양해봐라라던지 상욕을 하고 지나갔음
치사하게 대꾸할 틈도 없이 자전거로 달려가면서 저러는데 나중엔 그냥 쳐다도 안보고 무시했어
그러다가 묘르신이 다쳐서 수술시켜준 김에 그냥 우리집에 눌러앉혀서 더 이상 거길 갈 필요가 없어짐
근데 그 길에 벤치가 있는데 아침마다 마주치던 할머니가 걷다가 힘드시면 꼭 거기에 앉아서 숨돌리면서 길고양이들 구경하다 가셨거든
그 벤치에 못인지 나사인지 뭐가 길고 뾰족하게 튀어나와있었는데 볼 때마다 그게 은근히 불안했음
그래서 고양이 입양하자마자 누구 다치기 전에 그거 좀 어떻게 해보려고 집에서 제일 큰 망치 갖고 나감
어차피 사람도 거의 없을 시간이라 가방없이 망치랑 목장갑만 들고 나갔는데 그날은 아직 도착 전에 가는 길목에서 그 할저씨랑 마주침
그 할저씨가 날 보자마자 저만치서부터 어김없이 자전거로 달려오다가 가까워지자마자 아무 말없이 번개처럼 페달밟고 사라짐
처음엔 뭐지??하고 별생각없이 가서 뾰족한 부분을 두드려서 눕혀놨는데 집에 오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망치 때문이구나싶어서 어이없었어
그저 만만한게 손녀뻘 여자라 갈구더니 연장 하나에 쫄아서...
내가 남자였으면 망치없이도 시비 안걸었겠지ㅠㅠ
어차피 그날 이후로 거기로 갈 일 없어서 안가는데 여전히 그러고 살듯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