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말아먹고 재수했는데 수능 후에 실기 보는 전형이라 되게 초조했었음. 근데 한 과목을 말아먹어서 시험이 아니라 최저를 못 맞추게 생긴 거야. 컷이 1점만 내려가고 올라가고로 대학 2개 나가리냐 아니냐가 결정됐음.
새벽에 연습가고 학원가야돼서 안방에서 엄마랑 같이 자는데, 잠결에 엄마가 새벽 내내 한시간 마다 한번씩 일어나서 컷을 확인해 보는 게 느껴지는 거야. 네이버에 검색해보고 지식인에 물어보고...
시험은 어찌저찌 치고 나서 결과 나오기 전까지 정시 원서 접수를 알아보느라 바빴는데, 내가 제일 가고 싶었던 학교 2곳은 이미 최저 못 맞춰서 나가리라 내내 기분이 안 좋았음.
정시 박람회 있던 날, 엄마는 일찍 가서 여기저기 둘러보라하고 나는 수시 발표 날 때까지 좀 더 기다려보자고 싸우다가 결국 소리지르고 울고 불고 결국 박람회를 감.
쓰레기통 옆에서 삼각김밥 먹으면서 맨바닥에 세시간씩 기다리면서 내가 가고 싶었던 대학보다 두 라인, 세 라인 밑은 대학들을 전전했음.
너무 참담해서 그냥 중간에 나왔는데, 엄마가 전화와서 어디어디 봤냐 딱 한 곳만 더 가봐라, 딱 00대까지만 보고 학과를 낮춰서라도 가보자, 엄마 소원이야 엄마 한번만 부탁이야, 이래서 엄만 내가 거기 못간단 소리를 꼭 듣게하고 싶냐고 사람 비참하게 하지 말라고 또 싸웠는데... 결국 다시 재입장하러 감.
티켓 새로 사고 박람회 다시 들어가는 입구에서 문자가 온거야.
조기발표 문자였음.
수험번호 넣고, 확인 누르니까 합격이라고 써 있었음
바로 티켓 찢고 쓰레기통이 집어 던지고 나와서 엄마한테 전화를 거는데 엄마가 너무 좋아하는 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까 아침에 나랑 싸우고 등 떠밀어 보낸 것도 미안하고, 와중에 다시 한번 알아보라고 재촉한 것도 미안해서 속 병이 나서 체하셔서 일하는 도중에 휴게실에서 누워서 쉬셔야할 정도로 몸이 안 좋으셨었대.
여튼 합격 사실 알려드리고 속 막혔던 게 내려가서 일 잘 하고 돌아오시고 우리집은 저녁 파티했었다~
대학 졸업한지도 오래지만 수능날만 다가오면 그때 얼마나 절박했는지 기뻤었는지 떠올라서 새삼스럽게 그렇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