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에, 어릴 때 같이 자랐던 세 자매 사촌언니 중 첫째 언니가 학창 시절부터 따돌림 때문에 생긴 우울증이 심해져서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어.
큰 언니는 나보다 열 살이 많았고, 언니들 중에선 나랑 나이 차가 적은 막내언니랑 더 친했지.
나 초등학교 때 우리집은 상경했는데 우리 엄마랑 외삼촌도 집안 문제 때문에 사이가 안 좋아져서 가족 간의 연락이 거의 끊겼어.
그러다가 5년 전에 외할머니 장례식에서 오랜만에 큰 언니를 봤는데, 그때도 사람들 있는 곳에 잘 나오지 않았고 얼굴빛도 안 좋았어.
언니는 그때 자고 먹는 일만 반복했고, 어른들도 언니에게 말을 잘 걸지 않았던 것 같아. 그래도 나한테는 오랜만에 봤다고 다정하게 이것저것 물어봐 주고 잘해줬던 기억이 나.
지금 생각해보면 막내와 둘째 언니는 좋은 직장 다니면서 조문객도 많았는데, 큰 언니는 회사도 조금 먼 곳으로 갔고 조문객도 없었어. 그래서 아마 비교된다고 생각해서 더 숨고 싶었겠지.
언니랑 마지막으로 연락한 건 2019년이었어. 그때 언니가 카톡으로 “00아, 카톡 사진 보니까 00일 하고 있는 거야? 멋지다~”라고 했는데, 내가 재수한다고 정신없어서 그 후에 답장을 못했더라고.
그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후회돼.
언니가 우울증 있는 걸 알면서도 연말이나 명절에 막내 언니한테만 연락하지 말고 큰언니한테도 연락했으면 좋았을 텐데.
언니가 서울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았는데 한 번쯤 놀러 오라고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언니는 봉사 활동도 좋아했으니까 해외 봉사 프로그램 같은 것도 알려주면서 갇혀 있던 세상 말고도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줄 걸 그랬어.
마지막으로 언니가 보내준 카톡에라도 따뜻하게 답장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사촌이었지만 외동이었던 나랑 같이 자랐던 언니라 미안한 마음이 커.
친혈육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내가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하는 마음이 계속 남아.
물론 내가 그런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졌을지는 모르지만, 왜 그 작은 관심조차 보여주지 못했는지 자꾸 생각나서 마음이 무거워...
주변 사람들은 친자매들도 못한 일을 왜 내가 신경쓰냐고도 하고 내가 착한 사람이고 싶어서도 그런다는데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