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BO리그 통합우승의 주역 김도영(21·KIA)은 7년 만의 정상 탈환에 짧고 굵은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 시즌 전만 해도 통합우승을 목표로 삼은 적이 없었다”며 “당장 앞에 있는 한 게임 한 게임에 집중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가 따라왔다”고 부연했다.
팀의 우승만큼이나 빛난 건 올 시즌 그의 성적이었다. 김도영은 최연소(20세 10개월 13일)·최소경기(111경기) ‘30(홈런)-30(도루)’, 단일 시즌 최다 득점(143득점), 역대 세 번째 한 시즌 '3할-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 등 숱한 기록을 쏟아내며 프로야구 최고 히트상품으로 우뚝 섰다.
그 시작을 알린 건 올해 4월 달성한 KBO리그 최초의 ‘월간 10-10’이었다. 김도영의 마음에 불을 지핀 계기이기도 하다. 그는 “솔직히 ’월간 10-10’이라는 기록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웃은 뒤 “달성 직전에 (기록 관련) 얘기를 전해 들었는데, 그때부터 ‘첫 기록’이라는 말에 신경이 쓰이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욕심이라는 게 생겼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차곡차곡 자신의 욕심을 채워갔지만 결국 ‘40-40’의 대기록은 홈런 2개 차로 달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전혀 아쉽거나 후회되지 않는다. 올해는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본 시즌”이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가 불안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이제는 성장할 일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수비는)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비시즌 동안 확실하게 준비하겠다”고 호기롭게 답했다
이 같은 성숙한 마인드야말로 김도영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원동력이다. 그는 2022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었는데, 이 때문에 같은 연고 출신인 문동주(한화)와 자주 비교를 당했다. 지난 시즌 김도영이 신인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타율 0.303 7홈런 47타점 25도루)을 기록했음에도, 일부 야구 팬들은 문동주의 호성적(23경기 118.2이닝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을 언급하며 ‘문거김(문동주 거르고 김도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도영은 “’뽑았는데 어쩌겠어’라는 마음으로 그냥 할 일만 했다”며 “내 좌우명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자’이다. ‘왜 뽑았지?’라는 생각을 ‘뽑길 잘했다!’로 바꾸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결국 그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유력후보로 거론될 만큼 자신의 좌우명을 관철시켰다. 김도영은 “시즌이 끝나고 나니까 MVP 욕심이 생기더라. 3년 차에 큰 상을 받으면 앞으로 야구하는 데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수상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냐’는 질문에는 잠시 뜸을 들인 뒤 “80% 정도”라고 답한 뒤 웃었다.
김도영은 MVP 수상 외에 또 다른 목표도 설정했다. KIA의 왕조구축과 이달 열리는 2024 프리미어12 우승이다. 그는 “올해 KIA는 부상 선수가 계속 나왔음에도 동료들이 빈자리를 메워 우승을 이뤄냈다”며 “부상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면 왕조구축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프리미어12의 1차 목표는 본선 진출이지만, 최종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며 “상위 타선에서 활약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