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 한 잔
-이ㅇㅇ-
"락스 한잔 하시겠습니까"
웨이터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오늘따라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저 창 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아무 말이 없자 웨이터가 다시 물었다.
"락스 한잔 하시겠습니까?"
"유한-08년산 한 병 주게. 아, 안주로는 청산가리알에 그라묵손을 곁들여 올려주게나"
흘러나오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조용히 락스를 홀짝일 뿐이었다.
"선생께서는 연인들이 부러운 건가요, 아니면 때때로 지나간 것에 대해 미련이 남는 것인가요."
또 다시 한 번 정적이 흘렀다.
둘 다일세. 살다 보면 누구든 그 두 가지 다에 해당되기 마련이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선생께서는 살아가면서 연인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
들어오는 다른 손님을 맞이하러 간 웨이터를 뒤로 하고, 락스를 한 잔, 두 잔 마시다보니 어느덧 노을이 져갔다.
어두워지는 하늘 만큼 기분도 암울했다.
마지막 남은 락스를 들이붓고 나니 밖은 노을 한 점 없이 어둠에 잠겨있었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