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가 나 진짜 싫어하셨거든
내 성별이 남자도 아니었고
우리 엄마 새출발 할 때 내가 짐덩이처럼 발목 붙들고 있다고 본인 딸이 딱하게 살고 힘들게 고생만 해야하는 건 전부 내 탓이랬어
툭하면 나한테 칼이나 가위 들이밀고 죽어버리라고 했었고
틈만 나면 머리채 휘어잡혀서 온 집안을 끌려다녔음
손에 집히는 모든 걸로, 이유가 없어도 있어도 매일 맞았고
물리적이 아니어도 말로 패는 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
집안 끌려다니면서 어떻게든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겠다고 뭐 부여잡고 버티려다가 식탁보 끌리면서 식탁에 깔아둔 유리판? 떨어져서 여기저기 다 찢어지고 피바다가 되도 그 날 나는 정말 죽기 직전까지 맞았어 왜냐면 집안 기물 박살냈으니까...
다 맞고 혼자 방 안에서 피가 줄줄 새어나오는 상처에 후시딘 꾸역꾸역 바르면서 아픈 소리 내면 또 혼날까 무서워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팬티 한 장도 못 입고 쫓겨나는 것도 다반수라 옆집에서 대신 보듬어 줄 때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외할머니가 문구멍으로 다 내다보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그 사람들한테도 해코지 할 것처럼 굴어서 그 이후로는 내가 거절한 기억도 있다 겨울엔 핫팩이라도 쥐어주면서 커서 꼭 성공하라 하셨었는데 안타깝게도 못나게 자랐네
혼자 남은 엄마는 나 키워보시겠다고 이래저래 많은 일을 하며 돌아다니셔서 집에 오지도 못하셨고
덕분에 엄마 속상하게 할 일은 없어서 다행인가 싶지만
나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그 지옥에서 도망쳤는데
8년 지나서 가족행사에서 오랜만에 마주쳤는데
밖에 혼자 나가 살며 고생이 참 많지 하면서 용돈 쥐어주고 손 토닥여주시는데 어 이게 뭐지 싶더라
그 뒤로는 안부 문자도 종종 보내오시는데 내가 아는 할머니가 아닌 것 같고 한 번씩은 짠하단 생각이 들기도 해 근데 그게 웃겨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그런 생각을 하지 ...?
나는 아직도 전혀 모르는 다른 할머니 분을 봬도 흠칫흠칫 놀라고 피하는데 대중교통에선 옆자리에 앉지도 못하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내가 진짜 맛이 간 거겠지